세상이야기

정신 못 차린 검찰…총장마저 ‘국민 불안’ 원색 표현

녹색세상 2010. 1. 21. 16:09

회의에서 ‘철저한 대응’ 주문한 덜 떨어진 검찰총장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김준규 총장이 간부회의를 열어 법원을 직접 비판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무리하게 기소했던 ‘시국사건’에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성찰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총장은 20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서울중앙지검에 항소를 지시하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총장은 특히 “사법부 판단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상식 이하의 말을 쏟아냈다.

 

▲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쇠고기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현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이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디수첩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검찰 총수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판결 선고 직후 공식 입장을 낸 데 이어, 오후 6시께 공식 브리핑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그는 “민사재판이긴 하지만, 이미 서울고법이 피디수첩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했다”며 “똑같은 보도를 두고 사실관계를 민사재판과 다르게 확정하고, 이를 근거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큰 논란 속에 진행된 피디수첩 수사 결과가 완패를 당하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검찰은 ‘하명 수사’라는 비난을 뒤로하고 ‘법리적으로 자신 있다’며 피디수첩 보도의 여러 대목을 문제 삼았지만, 단 한 가지도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으로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전현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이날 점심도 거른 채 대응 방안 마련에 부심할 정도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초조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시국사건’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데도 ‘마구잡이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어 ‘반성할 줄 모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미네르바’ 박대성씨,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등, 검찰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와 기소를 한 주요 피고인들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런 사건에선 단순히 사실관계 인정과 법률 해석의 차이를 넘어, 검찰이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는 지적이 판결을 통해 제시됐다.


하지만 검찰은 그때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 비난에만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이를 두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결을 통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권 남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권의 요구에 따라 선별적으로 기소했던 것이 최근 사법부에 의해 깨지는 것이지, 검찰의 말처럼 일부 편향적인 판사들이 튀는 판결을 내놓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보수성향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 그리고 이번의 강기갑 의원 사건과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무죄 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무리한 수사였다. 정권의 주구로서 알아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한 사냥개 노릇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검찰의 체면이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 차릴 기미는 전혀 없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