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이근안 목사를 본 한 기독교인의 사죄 글

녹색세상 2010. 1. 20. 13:54

 고문기술자가 목사 되는 개탄할 한국교회 현실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출소한지 3년 만에 목사가 되었다는 소식에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천하죄인이라 할지라도 지난 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으나 이근안은 아직 아닙니다. 화해의 전제 조건인 용서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몫이기에 가해자가 들먹이는 것은 무례하기 그지없는 짓임에 분명합니다. 영화 ‘밀양’에서 어린 자식을 잃은 전도연이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면회를 갖다 ‘하느님이 나를 용서했다’며 기뻐 날뛰는 것을 보고 ‘거짓말이야’라며 절규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고문 피해자들이 후유증으로 심신이 망가져 힘겹게 살아가는데 가해자인 이근안은 ‘난 고문을 한 게 아니라 빨갱이를 잡은 것’이라며 고개 쳐들고 다닐 순 없습니다. 아무리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있지만 무조건 용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근안 목사 안수’란 소식을 접하고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수준이 어떤지 보여준 극명한 사건임에 분명합니다.

 

개신교의 교단이 워낙 많아 이근안이가 어느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는지 모르나 이런 인간이 목사가 되는 한국교회의 풍토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죄한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남들로부터 ‘성직자’란 소리를 듣는 자리는 이근안 같은 고문기술자가 가서는 안 됩니다. 그야말로 함량미달이요 상식 이하의 짓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수구골통들은 이근안을 부추겨 ‘고문기술자가 아니라 빨쟁이 잡은 애국자’라 난리를 칩니다.

 


 이근안은 한국교회의 반 지성주의가 낳은 최고의 꼴불견

 

이제 뿌리마저 사라져 가는 미국의 근본주의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은 한국교회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똥오줌을 못 가리고 있습니다. 마치 ‘천년왕국’이라도 도래한 양 꿈에 젖어 헤매는 꼴이 가히 가관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한국교회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제가 목사가 아니고 교회의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지는 않으나 우리 사회의 진보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가 낳은 최고의 꼴불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신학없는 목회’입니다. 그러다보니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갈 틈이 없어 반지성주의는 더 극성을 부리고, 많은 목사들은 ‘목회현실’을 빙자해 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고문기술자에게 목사 안수를 하고도 죄의식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반지성주의가 한국교회에서 판을 치는 한 몰상식은 극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진실보다 ‘순간의 편리’를 택한 목사들의 책임이 크지만 이를 알고도 침묵하는 교인들은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근안 같은 고문기술자가 피눈물 흘리며 사죄하기는 커녕 목사가 되어 설치는 한국교회 현실은 손가락질 말고는 받을 게 없습니다. 아무리 전과 14범의 대통령이 탄생해 뉴라이트 같은 수구골통들이 설치기로서니 이근안이가 목사 되는 현실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꼴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민주시민들에게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