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살인마 전두환의 팔순잔치를 보면서

녹색세상 2010. 1. 21. 15:32

광주학살의 원흉인 전두환이 팔순잔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팔순잔치까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빼돌린 돈으로 자식들과 주위의 똘마니들이 챙겨주었겠지요. 팔십이 넘도록 저런 인간이 고개 쳐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건 비단 저 뿐만 아닐 것입니다. 부당한 진압 명령을 받고 괴로워하다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일생을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살인마는 저리도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다니 분통이 터집니다.

 


‘전 재산 29만원’의 전두환은 전국을 돌아다니기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졸업한 대구공고동창회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그만큼 전두환이 감추어 놓은 돈으로 관리하는 똘마니들이 많다는 증거지요. 정신 나간 연예기획사 사장이 SS501의 리더 김현중을 전두환의 팔순잔치에 참석시켰다가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는 둔한 머리로 어떻게 연예기획사를 하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그러고도 “어떠한 의도나 계획 없이 우연히 벌어진 상황이었다”고 밝히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날 팔순 잔치에는 5공화국 당시의 각료와 군바리들, 전 현직 정치인 등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권노갑 씨도 보이던데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노망이 들 연배도 아닌데 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두환은 이날 건강한 모습을 과시했으며 비자금 추문으로 유명세를 탄 차남 재용과 탤런트 출신 부인 박상아 등 가족들이 손님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이근안이 7년의 형기를 마치고 경기도 여주교도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고 있다.(왼쪽)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찾은 전두환이 방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1990년대 초반 전두환이 감옥 가기 전 ‘방송에만 보이면 가슴이 출렁거린다’고 하신 민가협 어느 어머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나마 광주학살의 주범들이 ‘법정에 서고, 감옥에 가고 나니 조금 시원 하더라’고 하시더군요.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청년 시절 함께 이 땅의 ‘하느님 나라 확장 운동’을 하던 후배가 있습니다. 잘 생긴 얼굴에 시작하면 끝을 보는 집념도 강한 젊은이였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러 대학원까지 진학했으나 전두환 정권 시절 전경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이 발병해 정신분열증을 앓았습니다. 대구지역의 국립대에 입학 당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성적이었고, 청년ㆍ학생 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게을리 하지 않은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자신도 정신분열증을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고,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을지 모릅니다. 치료시기를 놓쳐 병원을 들락거리며 세월을 보내느라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혈기 넘치고 건강하던 때라 ‘그냥 몇 대 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방치해 진료 흔적이 없어 보상은 생각도 못합니다. 너무 아까운 사람 하나 망쳤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집니다. 집회 현장에서 앞에서면 뛰어난 연설로 선동도 잘 하던 멋진 활동가였는데 일생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전두환은 팔순잔치라니 열이 터져 참을 수가 없습니다. 몽둥이로 패 죽여도 시원찮을 인간은 저리도 떵떵거리니 이 땅의 정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살인마는 마땅히 처단해야지 그냥 두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