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오랜만에 들어보는 추상명사....

녹색세상 2007. 7. 1. 17:15
  올 초에 큰마음 먹고 산 국어사전이 늘 찜찜했다. 어떻게 된 판인지 대한민국 최고 서점이라는 교보문고에 한글사전이 제대로 된 것이 없어 경성제대 출신으로 일제총독부에서 발행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한 학문의 관점이 ×같은 이희승이 감수한 사전을 샀기 때문이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6개월을 머뭇거리다 가장 최근에 나온 사전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했는데 하필이면 우리말 흐리기에 앞장 선 이희승 이라니 기분이 꽝이었다.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한글학회가 떠올라 전화를 해 ‘한글학회가 발간한 한글사전이 서점에 안 보인다’고 했더니 50년간 자료를 모으고 연구해 1994년 어느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 비용도 많이 들어갔는데 자금 회전이 안 되어 부도나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고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했음에도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하니 더욱 화가 났다. “그러면 다른 국어사전 중에 관점이 좋은 게 없느냐”고 물었더니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에서 펴낸 ‘연세한국어사전’이 좋다며 추천을 해주었다. 학창시절 배운 ‘우리말본’의 저자였던 한글에 관한한 고집스러울 정도로 이름난 외솔 최현배 선생의 후학들이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설픈 국어실력으로 ‘복수표현’의 문제를 던졌더니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추상명사’를 제외하고는 복수표현을 하는 게 맞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말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무지함에 얼마나 부끄러웠던...... 당원 여러분, 무분별한 피동형 표현과 추상명사에까지 복수 표현을 남발하지는 않는지요? 글을 쓸 때 마다 애매한 단어가 있으면 컴퓨터 사전에 접속을 하곤 했지만 사전을 구입한 후 부터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도 우리말 사전을 옆에 둡니다. 시원한 글쓰기로 이름난 이영희 선생님은 칼럼 하나 쓰는데도 두 세권의 책을 읽고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명문장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죠.


  확실히 하나 배웠습니다. 추상명사에 복수표현을 쓰면 안 되고. 무분별한 과거 완료형(우리말본에는 없슴)이나 ‘되어진다, 막아내자’와 같은 번역 투의 표현은 우리말 속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란 것을. 일제 청산을 그렇게 말하면서도 평소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의 일제잔재를 남발하고 있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했던 아동문학자 이오덕 선생님의 “먹물들이 우리말 다 버린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젠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던 시기는 지나갔으니 우리말을 아끼는 노력을 어느 누구보다 진보진영이나 좌파들이 해야 할 것입니다. 대중과 동 떨어진 ‘운동권 사투리’는 대중들을 멀리하는 잘못된 처신임에 분명합니다. (수도원에서 쓴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