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잠에 젖어 있는데 휴대전화기 진동 소리에 잠을 깼다. 늦은 시간 술자리에 불려 나가기 싫어 11시 반이 지나면 전화를 끄는데 깜박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름만 대면 대구지역 활동가들이 잘 아는 분이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 혀가 돌아가는 목소리로 “오랜 동지인 후배를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같은 방에 있는 분들이 깰 것 같아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상담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다. 부인의 얘기를 빌리면 ‘남의 아픈 얘기를 들으면 사나흘은 가슴앓이를 한다’고 할 정도로 남의 아픔에 진심으로 함께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엉덩이는 얼마나 무거운지 앉았다 하면 일어날 줄 모르는 거의 '자석'이다. 그러다 보니 밥값이나 술값 계산을 늘 해 구박도 많이 받았다. 구박이 워낙 안 먹히다 보니 포기하고 방치해 버렸다고 한다.
워낙 일정이 바쁜 양반임에도 수도원에(?) 들어갈 때 마다 책을 부탁하면 “평소 머리 복잡한 책 많이 보니 가벼운 책 보라”며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갔다 주곤 하는 엉뚱한 면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원칙주의자라 동업자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적당히 넘어가고 밥 잘 사고 영감들한테 인사 잘 해야 '인간성 좋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하지 원칙을 고수하는 꼬장한 사람은 미움 받기 십상이다. 잠을 깨는 바람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 (6월 중순 어느 날의 일인데 게을러 이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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