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새벽에 걸려온 전화....

녹색세상 2007. 7. 1. 16:31
    달콤한 잠에 젖어 있는데 휴대전화기 진동 소리에 잠을 깼다. 늦은 시간 술자리에 불려 나가기 싫어 11시 반이 지나면 전화를 끄는데 깜박 잊어버린 모양이다. 이름만 대면 대구지역 활동가들이 잘 아는 분이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 혀가 돌아가는 목소리로 “오랜 동지인 후배를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같은 방에 있는 분들이 깰 것 같아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 상담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다. 부인의 얘기를 빌리면 ‘남의 아픈 얘기를 들으면 사나흘은 가슴앓이를 한다’고 할 정도로 남의 아픔에 진심으로 함께 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엉덩이는 얼마나 무거운지 앉았다 하면 일어날 줄 모르는 거의 '자석'이다. 그러다 보니 밥값이나 술값 계산을 늘 해 구박도 많이 받았다. 구박이 워낙 안 먹히다 보니 포기하고 방치해 버렸다고 한다.


  워낙 일정이 바쁜 양반임에도 수도원에(?) 들어갈 때 마다 책을 부탁하면 “평소 머리 복잡한 책 많이 보니 가벼운 책 보라”며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갔다 주곤 하는 엉뚱한 면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원칙주의자라 동업자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적당히 넘어가고 밥 잘 사고 영감들한테 인사 잘 해야 '인간성 좋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하지 원칙을 고수하는 꼬장한 사람은 미움 받기 십상이다. 잠을 깨는 바람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 (6월 중순 어느 날의 일인데 게을러 이제야 올립니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로만 떠드는 안전제일  (0) 2007.07.02
오랜만에 들어보는 추상명사....  (0) 2007.07.01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0) 2007.06.30
짐 밀반출 작전.....  (0) 2007.06.28
50대 중반의 멋쟁이 아주머니  (0) 200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