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자식같은 애들과 몸 싸움을 하면서....

녹색세상 2007. 3. 26. 01:56

  요즘 시끄러운 한미FTA협상 반대 집회에 참석하러 당원들과 서울을 다녀왔다. 출발 장소인 문화예술회관 쪽으로 가는데 곳곳에 경찰버스가 깔리고 방범 순찰해야 할 순찰차가 늘려있다. 겁을 주는 것인지 상부의 지시라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르지만 문화예술회관에도 일개중대 병력은 넘게 배치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정보과 형사들도 곳곳에 얼굴이 보이고. 쉬는 날 특근 수당 받는 것도 아닌데 정말 못할 짓임에 분명할 것이다.


  차비 내고 밥 사먹어 가며 갔다 오는 그 열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누군가 돈을 대 준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의 한이 얼마나 가득 차 있는가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짓’이라고 욕할 것이다. 더구나 일주일 동안 단식을 한 시도당과 지역위원장들이 피곤하고 힘들기 그지없는 몸을 이끌고 참석까지 했으니까. 헌금 내어가며 매주 모이고 새벽기도까지 하는 기독교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지난 번 집회 때 기자까지 무차별 폭행해 ‘언론탄압’이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탓인지 집회장인 서울시청 광장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곳곳에서 시위대의 평화로운 행진을 막무가내로 막는 경찰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여전했다. 그냥 지나가려는 데도 불구하고 방패로 밀려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야, 내 몸 건드리지마. 왜 가만있는 사람 건드리느냐”고 항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서글픔이 스쳐간다, 자식뻘 되고 조카 같은 젊은이들로 부터 저런 수모를 당하는 이 땅의 현실이.


  막혀 있던 길이 열려 행진을 하는데 뒤에 오는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막다 못해 목을 잡고 늘어지는 게 보이자 순간 눈이 뒤집혔다. 시민을 보호하지는 못할지언정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니 앞뒤 가릴 틈도 없이 전경의 목을 잡고 뒹굴었다. 그냥 밀고 당겼더라면 못 본 척 하고 갔을 텐데 ‘목을 잡아 비트는 모습’은 몸을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우리 나이면 서장쯤 되어 있을 때인데 왜 저런 애들과 실강이 해야 하는지 이런 현실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찢어진다. 집회장에서 큰 목소리로 그냥 고함만 지르던 모습만 보던 일행들도 놀랐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후배 말처럼 ‘나이도 있는데 살살’ 해야 할지 지금의 의분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잘못은 최고 권력자와 그에 동조하는 고위관료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치닥거리를 맨 날 경찰에게만 시키니 그들도 죽을 맛일 것이다. 혈기 넘치는 나이다 보니 자기 몸이 피곤하기 그지없는데 왜 격렬한 몸짓이 안 나올 것인가? 대충 하는 시늉만 했다가는 상황이 끝나고 귀대하면 잠도 안 재우고 뺑뺑이 돌리고 괴롭히니 과잉 대응은 당연하다. 더구나 종일 생리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서 있는데 제 정신일 수가 없다.

 

 

  

  몇 시간이 지나자 전경들과 한바탕 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목과 어깨에 신호가 오고, 허리 쪽이 슬슬 아픈데 통증이 심해진다. 자고나면 더 아플 텐데 걱정이 슬슬 된다. 우리보다 더 연세 드신 농민들이 다치고, 그냥 굶어 죽을 수 없어 ‘생존’을 말하다 다쳐 불구가 된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런 현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에 대든 것도 아닌데 ‘한미FTA 반대’를 한다고 그냥 요절을 내는 것을 보면 구린 게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