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국어사전과 우리말사전을 사면서.....

녹색세상 2007. 3. 29. 23:56

   언어는 생명소멸 한다고 하지만 평소 먹물들이 우리말과 글을 버리는 게 속이 상해 가능하면 우리말본에 맞는 글을 쓰고, 말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의 말투와 각종 문건을 볼 때 마다 도대체 이런 표현을 마구 해도 되는지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가슴앓이만 하다가 이제 서점에 가서 ‘국어사전’과 평소 자주 사용하는 글 중에 잘못된 것을 사례 별로 지적해 놓은 ‘우리글사전’을 샀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아무리 찾아도 한글학회나 문화관광부 산하의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행한 사전이 안 보였습니다. 머뭇거린 이유도 새로이 나오면 구입하려고 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한문혼용을 외치며 ‘우리말을 망친 학자’로 알려져 있는 이희승이 감수한 사전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라서)


  국내 굴지의 대형서점이란 곳에 한글 제대로 사용하기 운동에 앞장 서온 단체에서 만든 사전이 없다는 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최근 ‘글 잘 쓰는 게 경쟁력’이란 분위기가 생기면서 우리글 사전이 여러 종류가 나와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글을 아끼는데 일생을 다하다 세상을 떠나신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말사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아무리 작은 글이라도 쓸 때 몇 번이나 수정하곤 합니다. 밑천이 짧다보니 간결하고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지 못하는 게 일차적인 이유겠지만 수 없이 수정을 해 글을 올립니다. 이영희 선생님은 칼럼 한편 쓰는데 책 두 세권을 읽는다지만 그 정도의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애매한 표현이 있으면 바로 컴퓨터로 검색이 가능하다 보니 사전을 자연스레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명색이 우리 것을 좋아하고, ‘운동권 사투리 사용 금지’를 떠들면서도 국어사전 하나 없이 산 게 십년 가까이 되어 부끄러웠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내용이 중3학년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 작년 지방 선거를 준비하면서 교직에 있는 친구로 부터 구해 놓은 국어교과서와 윤리 교과서를 가끔 읽곤 합니다. 연습을 한 탓인지 친구들로 부터 ‘아직 멀었지만 예전보다는 글이 조금 쉬워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성명서와 각종 항의 서한을 소설과 같이 쓴다는 멕시코 혁명가 마르코스처럼 우리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도 남을 만날 때는 좀 쉬운 말로 표현하고, 이상한 변역투의 표현을 버리는 연습을 하도록 합시다. 후원당원인 외가의 인척 동생이 송년회 때 참석했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기에 크게 한 방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아니지만)운동권 밥을 조금만 먹으면 말투가 달라지는 이상한 버릇은 버려야 대중들로 부터 불필요한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뜻을 잘 전달하는 게 실력이지 사전에도 없는 어휘를 구사해 가면서 ‘아는 티’를 내는 것은 ‘오만과 교만’이 배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곳곳에 우리가 만나고 함께 해야 할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알아듣기 힘들거나 평소 사용하지 않는 말, 사전에 조차 없는 말은 버리도록 합시다.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려면 내공을 많이 쌓아야할 것 입니다. 이것 역시 우리들의 몫이라 믿습니다. “진보야 말 좀 쉽게 해라”는 소리가 제 귀에는 자주 듣깁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총선거가 있는데 표 까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