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당원들과 어울렸다. 시당대의원대회를 마치고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그냥 갈 수 없어 한잔 하자고 부추겼다. (순전히 내가 마시고 싶어서....^^) 이럴 때면 아이들을 집에 두고 온 여성 동지들은 집에 가기 바쁘니 자연스레 같이 하지 못한다. (40대 초반은 일부 있지만 중반 부터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같은 세상에 살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동지들이 이런 즐거움마저 함께 할 수 없는 이 현실의 장벽이 원망스럽다. 어른들께 자식들 떠 맡겨 놓고 돌아다니는 형편이 아니면 나 역시 바로 집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 갓 초등학교 입학한 어린 것을 데리고 이런저런 모임에 나오는 이×× 당원을 비롯한 여성 동지들을 보면서 ‘평등세상’이란 거대 담론만 들먹거릴 것이 아니라 우리 코앞에 있는 불평등의 문제 부터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반인 여성들의 현실을 외면한 남자들만의 빈말이 되고 말 것이다.
‘시집’의 ‘ㅅ’만 들어도 몸서리난다는 여성동지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자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른이 ‘같이 김장하자’고 하면 거절했다가는 졸지에 나쁜 며느리에 온갖 싫은 소리 들을 것 같아 응할 수밖에 없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럴 때 남편이 지혜롭게 ‘어머니 다음 주에 하시죠’라며 분명히 선을 그으면 다행인데 가운데서 이런저런 눈치 보기도 어려워 양쪽으로 부터 나쁜 놈 되기 싫어 대충 넘어가지만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만다.
불경기의 여파 탓인지 갈수록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것 같다. 몸을 생각해 집으로 간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먹고 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눈에 바로 보이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자기 것 밖에 모르는 세태에 남을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생생한 외국의 사례를 갖고 말해도 ‘꿈에 젖어 있는 인간’이란 소리 들어가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저들을 보면서 백척간두 난간 끝에 매달려 절규하는 모습을 그려 본다.
자연스레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그렇게도 떠들어 대든 여권 내부에서 서서히 균열의 조짐이 과연 민주노동당에 득이 될지 아니면 실이 될지 얘기가 오갔다. “평택미군기지 이전과 한미FTA문제를 동시에 해결 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던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이정우 박사의 말이 이런 것을 의미 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가장 좋은 것은 한미FTA 협상 자체를 파기 해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차선책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 주자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또 ‘비판적 지지’의 악몽이 살아나지는 않을지 모르니까. 외부의 적은 눈에 보여 싸움이 되지만 내부의 적은 실체도 불분명 하면서 살을 갉아 먹으니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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