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위에 대해 정형외과 자문의사가 ‘혼자 판단하기 곤란해 자문의협의회로 넘긴다’는 의학 소견을 내려 자문의협의회에 참석을 했는데 (아직 결재가 나진 않았지만) “병명 세 가지 가운데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퇴행성관절염은 승인이 나고 연골연화증에 대해서는 특진을 보내기로 했다”고 담당자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특진은 3차 진료기관에 보내니 대구에 있는 ‘국립의대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을 해 경북대병원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요양 승인 신청서를 접수한지 2달이 되어서야 일부 상병에 대해 승인이 났으니 기다리는 산재환자는 갑갑하기 그지없다. 마음이 편해야 치료 효과가 상승해 빨리 회복한다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상식이건만 속이야 썩든 말든 ‘네가 알아서 하라’고 그냥 팽개쳐 버린다.
특진 결과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지니 가슴이 조마조마 하지 않을 수 없다. 내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골병만 들어간다. 이런 고통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내과 질환처럼 자신이 만든 게 아닌 외부의 요인에 의해 당한 사고이건만 왜 불필요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갑갑하다. 산재환자의 70%가 우울증상이 있다는 보고서는 ‘소 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다. 이게 자본과 권력이 그렇게도 떠드는 소득 3만 불 시대를 말하는 나라의 현실이란 말인가? 사회안전망이라고는 전무한 현실에 가장 기본적인 복지 제도라 할 수 있는 산업재해보험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지는 못할지언정 고통만 가중 시켜서야 안 되는데. 이러다 보니 요양 기간이 늘어나 불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산재환자는 고통을 받으니 이래저래 손실만 늘어난다.
문제 해결은 복잡한 게 아니다. 전 사업장으로 산업재해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업무량이 폭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증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원을 증원하지 않고 있어 재정이 고갈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증원해 보다 신속하고 양질의 산재서비스를 받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에 맞춰 직원을 배정하고, 책정된 예산에 만큼 산재 요양승인을 해 주기 때문이다. 숙련된 기술 인력이 현업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재정 확보 방안을 세우고, 요양과 관련한 업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 확보를 하면 된다, (산재 환자의 비밀 보장을 위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돈을 조달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동족 죽이는 살인 무기 몇 대만 안 사면 되는 일이니 복잡한 것이 분명 아니다.
어느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하는 현실이 갑갑하다. 의사가 적는 몇 줄에 의해 운명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최초 요양 신청서를 접수한지 두 달이 넘었다. 특진 의사를 선정하고, 각종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또 얼마나 기간이 걸려야할지..... 이런 고통은 온전히 재해를 당한 사람의 몫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정말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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