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드는 기대와 칭찬의 효과
교육학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피그말리온 효과’란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모 대학에서 상담심리로 밥 먹고 사는 친구가 권해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설 연휴에 다시 한 번 봤음에도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감동이 새로워 옮기려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기대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우리의 행동은 널리 공유되는 기준이나 기대에 지배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유쾌한 사람이라는 기대를 갖고 만나는 경우, 그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유쾌한 사람으로 만든다. 바로 이 사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학생의 지적 능력에 대한 교사의 기대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가 있다. 학생의 학업 수행 능력을 직접 관찰하기 전에도 교사는 그 학생에 대한 기대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학생의 가정 형편이나 사회적인 혜택을 받는지 등이 여러 요소로 작용을 한다.
이는 성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 좀 못한다고 ‘바락바락 잔소리’만 해대면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상처받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피그말리온은 신화 혹의 주인공이다. 그는 키프러스의 왕이자 조각가였다. 돌이란 돌은 모조리 다듬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였다. 그는 대리석으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다. 그 여인상을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라고 불렀고 그의 아름다움에 그만 넋을 잃어버렸다. 피그말리온은 마침내 상사병이 들어 자리에 드러누웠다. 프그말리온의 이 애처로움을 보다 못해 아프로디데는 그의 원을 들어준다.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자기 못지않게 아름다운 조각상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 넣자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신화를 빗대어 ‘피그말리온 효과’를 자기가 예언하는 대로, 자기가 바라는 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충족된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피그말리온이라는 말은 꿈을 먹고 사는 사람,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려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교육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기대’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갖는다면 그 기대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 이론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교육계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이 연구 내용에 대한 객관성을 놓고 논란과 비판도 많지만 이 이론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는 아직 없었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교육적 원리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대해 지적 성장에 관한 기대를 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학생의 지적 수행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학생의 지적인 성장을 위해 지적인 성장에 대한 교사의 기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내용이 이 이론의 핵심이고 실험 결과로 검증이 되었다.
교사는 교실 안의 피그말리온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꼬리표를 다는 명수들이다. 학생에 대한 낙인은 학생의 지능 점수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수가 학생의 학업 능력에 대한 교사의 기대에 영향을 주고, 마침내 학생은 교사의 부정적인 기대에 부응해 학업에 실패하는 방향으로 교사가 지닌 자기충족의 예언을 현실로 만들고 만다. 직장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많이 본다. 허구한 날 ‘이 따위로 밖에 일 못하느냐’고 잔소리 하는 상사와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업무 능률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부하 직원에 대한 인간적인 믿음이 없어 남들을 믿지 못하니 자연히 일도 안 된다.
당원들을 대하는 활동가들의 자세는?
우리 민주노동당의 (간부가 아닌) 책임을 맡은 일꾼들은 당원들을 대할 때 먼저 신뢰를 갖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 일이 되는 방향으로 조정을 해야 한다. 일에 지친 나머지 이런 기대를 갖고 사람을 대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돈도 없고 사람도 부족한 우리 조직은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그의 희곡 ‘피그말리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쉽게 눈에 띄는 것, 옷차림이라든가 말하는 습관 같은 것 말고요. 숙녀와 꽃 파는 아가씨의 차이는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는가에 달려 있죠.”
각론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사람을 알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은 기대하는 만큼 부응하기 마련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과 특히 자식을 키우는 동지들에게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잔소리 하면 긴장하지만 칭찬은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데 최고의 무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 안 드는 칭찬과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잊지 말자. 특히 '진보운동'이 사람 사업 아닌가?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운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총론의 시대는 이미 저 멀리 갔다. 대중을 조직하고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이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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