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한수 지도 하려는 의사를 보면서

녹색세상 2007. 2. 21. 22:23

  산재 승인을 받았으나 명절이 끼어 설 지나 수술을 했던 세명병원을 찾아갔다. 최초 승인이 늦게 나는 바람에 요양 연기 신청도 늦어져 버렸다. 원장이란 노친네 하는 짓이 여간 우스운 게 아니다. 내 돈  내고 치료하는데 어디를 가든 당사자가 선택할 권리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왔느냐’고 너무나 어이없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웃겨도 너무 웃겨 말이 안 나왔다.  아직 산재업무를 제대로 모르는 담당자를 상대 하려니 피곤하도 하고. ‘연기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니 ‘치료를 얼마 받지 않아 안 되니 전원을 하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거 분명히 진료 거부에 해당되는데 가만있어야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 진다. 다행히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한 결과 ‘승인이 늦어졌으니 승인 기간이 지났다 해도 전원 신청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있어 바로 날개 없는 천사 백종대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걸 확인하고 사무장에게 ‘전원 신청을 했다’고 연락을 했다. 원장 선배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마음고생을 하는데 언제 날 잡아 대포라도 한잔해야 할 것 같다. ‘그 주인에 그 일꾼’이라고 원장이 자상하고 친절하니 직원들도 자연스레 닮아가는 것 같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고 가만 앉아 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근로복지공단의 담당자에게 ‘병원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설명했다. 전화로 해서는 약발이 별로 안 먹힐 것 같아 직접 찾아갔다. 낯익은 얼굴들이 “또 왔습니까?”하며 머리 아파한다. 언제 우리 사회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듣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싸워서 길을 열어 놓아도 다른 사람이 가면 안 되니 정말 웃기는 세상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철학의 기본 명제가 다시 떠오른다. 이래저래 칼질해대어 뱃가죽에 기름기가 차니 돈 빼 먹고 나면 별 볼일 없다는 얼굴, 거기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것은 하나도 안 했으니 좋아 할리 만무하겠지만. 의료업은 분명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교수가 학생에게 한 수 지도하듯이 하니 정말 골 때린다. 아직도 의대 교수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이 변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정신 차릴 텐데. 그러면서도 진료실에 십자가는 걸려 있고, 이미 장식품으로 전락한 십자가이긴 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의사가 배출되어야 하고, 위험도가 있는 수술에 대한 적정한 의료수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고통은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천사 백종대 얼굴 보게 되었으니 만족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