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정책연수를..... 무시무시한 안기부 분실에서

녹색세상 2007. 2. 25. 18:24

   당에서 실시하는 도시계획 연수를 다녀 왔습니다. 연수 장소가 군사독재 정권 시절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던 밀실 고문으로 악명이 높았던 안기부 남산 분실이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건장한 어깨들에게 구속 영장도 없이 잡혀 검은 차에 실려 서울 시내 빙빙 돌다가 ‘고개 숙여’란 말 한 마디에 안 그래도 주눅이 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 씌워 주변을 빙빙 돌다 ‘덜커덩’ 철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대공분실 지하 주차장이었습니다. 전부 이름도 모르고 지네들끼리 ‘전무’니 ‘상무’니 하는 호칭만 알 뿐 끌고 간 자들에 대한 어떤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상대적으로 고문한 자들을 찾기가 나았으나 정보기관이라 모든 게 비밀이니 알 수 없어 무자비하게 얻어맞고 골병들어 고생하면서도 그들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변하긴 많이 변했습니다. 그 악명 높던 곳이 시민의 공간으로 개방이 되고, 붙잡혀 갔던 사람들이 많은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해 정책연수를 할 정도니까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연수는 제쳐놓고 그런 장소에 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분 짱....이었습니다. 유스호스텔로 바뀌었는데 비용이 저렴해 단체 숙박이나 연수 장소로 사용하기에 좋았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자전거 여행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숙박 문제가 고민이었는데 전국 유명 관광지에는 유스호스텔이 있다고 하니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물 짓는 것만 할 줄 알았지 도시에 전반에 대한 배치 계획을 하는 도시계획은 용어 자체를 모르니 듣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건설현장에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을 한 덕분에 아는 용어가 간혹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재개발과 관련해 우리 민주노동당이 해당 지역의 세입자들에 대한 이주와 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해당 법을 모르니 상황이 거의 종료될 무렵에 싸움이 벌어져 고생만 실컷 할게 아니라 시작 시점에 준비를 한다면 고생 덜하고 좋은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째 철거 투쟁을 하고 있는 당원들의 생생한 얘기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른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 이사 다닐 경우 아이들의 정서발당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연속적인 연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한된 예산으로 몇 차례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의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칫하다가는 찍힐지 모르는 민주노동당의 초청에 응할리 없을 테죠. 보수 정당들의 경우 연수가 거의 없는데 이렇게라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당의 활동가들이 총론에는 전부 선수들인데 각론에 들어가면 막히는 게 현실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공부를 안 한다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돈 없고 힘도 없는 소수 진보 정당이 싸우려면 적들 보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살아 있는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듣는 기회가 많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30대 후반이 젊은 축에 속하고 사십대가 많아 이러다가 영원한 소수로 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좀 더 효과적인 연수를 하려면 자료를 먼저 올려놓고 미리 공부해서 갈 수 있으면 좋은데 적은 인력에 자료를 만들고 강의까지 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한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 득표를 하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30-40석만 차지한다면 상품가치가 보이니 개 때처럼 몰려올 텐데..... 올해가 내년의 기반을 잡느냐 아니면 소수로 오래 머무르느냐가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 준비해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일 할 수 있는데 공부하는 활동가들이 적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