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새해에 떠오르는 고민.....

녹색세상 2007. 1. 5. 01:22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휠체어를 버리고 시당종무식에 참석할 정도로 발전했고, 가까운 거리는 무릎 보호대를 차고 천천히 걸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 대한민국 노동부에 의지해 밥벌이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장에서 근무 중 발생한 사고이지만 연말이라 작성하지 못한 요양 신청서를 오늘 해당 지역 근로복지공단 사무소로 보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라고 발로 차서 등기속달로 부쳤습니다. 산재 일방적 종결로 근로복지공단과 소송 중인데 또 사고를 당했으니 이 놈의 팔자가 뭔지 저도 갑갑한 게 사실입니다. 입원 중에 재판이 있어 법원에 갔다가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갔더니 전부다 “골치 아픈 인간 이번에 무슨 사고로 왔느냐”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어떻게 사고 당하셨나, 골절은 아닙니까?”하지만
)


 

 ▲ 의학적 근거 없이 요식 행위로  엉터리 자문을 해 사람을 죽음으로 모내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입원 중 재활치료에 대한 문의를 하려고 찾아간 제 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재활의학과 주치의사가 “재활의 목표를 어디까지로 할거냐가 문제”라고 하기에 “당연히 예전처럼 등산도 다니고 자전거로 장거리도 다닐 수 있고, 일터인 건설현장에 돌아다닐 정도로 되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5~6개월 꾸준한 재활 치료를 해야한다. 그렇지만 재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외과 의사들의 경우 초진 소견을 그렇게 적으면 대형 사고거나 사기꾼으로 오해하니 일단 3개월로 하고, 추후 재판정 요한다고 하자”며 진단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각 과목 별로 주치의사가 있으니 살만한 형편이죠? ^^ 대부분이 공짜 환자인 저를 받아준 고마운 의사들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해 남들보다 빨리 효과가 나타나는 편이라니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습니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사들 중에도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기존의 수술 중심의 치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가능하면 보존과 재활 치료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칼질을 해야만 당장 돈이 되고 산재 사고의 경우재활 치료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상이 있으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최근 산재 보험이 개악되는 추세로 기울면서 법이 바뀌기도 전에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이나 자문의사 소견이 선수를 치고 있는 추세라 당사자인 저로서는 머리 싸움을 해야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 2007년에는 이런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현재는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에 가자 마자 건설노조에 가입을 산재 처리와 관련해 노동부에 진정을 하고 진정인 조사를 받을 때 건설노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조합원의 일이라고 하루 절반의 일정을 접고 도와준 노동조합 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으며,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자 조사 때도 노동조합의 신세를 조금 져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할 짓이라곤 치료와 몸 만들기 밖에 없어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2층 의상의 계단은 오르내리기와 바닥에 앉는 게 불편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해가 두 건인데 하나는 가볍긴 하지만 승인해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어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어 봅니다.^^) 일단 녹이 가득 끼인 머리 회전부터 시키면서 공부를 좀 할 계획입니다. '먹고 노는 환자가 얼굴도 잘 안 보이느냐'는 원성은 조금 뒤로하면서 재활치료에 전념하려 합니다. 제가 이번에 또 사고를 당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세상에 다 나쁜 것도 없고, 다 좋은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수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것은 비극이지만 덕분에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근골격계 유발인자를 찾아 같이 치료하면서 노후를 대비한(?) 몸 만들기에 돌입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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