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대에서 활동을 하고 이웃교회를 섬기는 오규섭 목사가 입원 중일 때 병문안을 왔다. 최근 나온 신학서적 있으면 좀 갖다 달라고 했더니 ‘별로 강도가 쎄지 않아서’ 너무 약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새것만 찾으려 하지 말고 있는 것 챙기는 연습도 좀 하라’고 조언을 했다. 맞다 어느 조직이든지 활동가들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투 자체가 달라 대중들로부터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른바 운동권 사투리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젖어 남들을 만날 때도 무심코 튀어나온다. 정말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좋지 않은 습관이다.
목사가 갖다 준 책의 제목이 ‘예수는 없다’였으니 책 제목만 보면 기성 교인들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목사란 사람이 ‘예수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며 거품 물고 시끄러웠을 텐데 책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기독교 신자인 저자는 현재 캐나다 모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다 보니 지나치게 신격화되어 우상화된 예수의 허상을 깨고 정말 ‘예수가 간 길을 가자’고 하는 게 그 책의 주된 내용이다. 대광고 교목을 하다 제자인 강의석군의 정의로운 싸움을 접하고 목사직을 반납한 유상태님의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는 책과 내용이 비슷한 것 같다. 오규섭 목사가 섬기는 이웃교회는 이런 종류의 책을 교양서적으로 비치해 놓는다고 한다.
흔히들 입으로만 “혼자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말하지 말고 정말 대중과 함께 하려는 자세를 가지지 않으면 정말 지배계급이 지어낸 ‘운동권’이란 소수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노력은 정말 아름답고 보기 좋으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이웃과 나누려는 노력도 많이 해야 할 줄 안다. 정말 새해는 ‘운동권 사투리’가 줄어드는 한 해가 되도록 애쓰자. 우리 어법에 없는 말은 사용하지 말고 굳이 필요하다면 우리끼리만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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