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교도소 면회를 갔다 왔습니다. 작년 6월 폭염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시내 전 현장을 세운 대구건설노조 총파업의 선봉에서 고생한 조기현 위원장의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제가 이웃교회로 옮겨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같은 교인이 된 셈이죠. 밖에서 고생할 때는 얼굴이 수척했는데 수도를 하며(?) 세끼 제 때 먹는 탓에 얼굴도 좋아 보였고요. 통일연대에서 활동을 하고 이웃교회를 섬기는 오규섭 목사와 함께 갔습니다. 작년 말 퇴원 할 때 같이 가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 미루다 오늘 갔다 왔습니다. 산재환자라 재활치료 말고는 할 게 없어 시간 있을 때 추운 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러 갈 생각입니다. 매여 있는 몸이라 평소는 마음뿐이었는데 적절한 시간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포스코라는 거대 자본에 맞서 ‘우리도 인간이다’는 지극히 평범한 주장을 한 포항건설노조의 노동자들과 울산플랜트건설노조의 노동자들도 1심에서 실형 2년 넘게 받아 대구교도소에 같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주장한 게 현행법에는 어긋나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것이지 세상을 갈아엎겠다는 것도 아닌데 공권력이라는 합법의 탈을 쓴 무자비한 폭력으로 탄압을 하고 감옥으로 보내는 게 현실입니다. ‘불법을 통해 역사는 발전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법이 이러하니 지키기만 한다면 역사는 결코 발전할 수 없는 것이죠. 자본에 대어들면 바로 장기형을 때리는 추세라 껍데기만 민주주의 확립이지 내용은 더 악랄하게 변해가는 추세입니다.
‘투쟁하지 않는 정의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장기 파업중인 어느 노동자의 말이 새삼 뇌리를 스쳐갑니다. 면회 시간이 너무 짧아 재소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누구라 할지라도 누려야 할 권리인데 5분으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한 것 같습니다. 멀리서 온 가족들의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며 얼굴 한 번 보려고 왔는데 달랑 ‘5분 면회’하고 발걸음을 되돌려야 하니 속이 많이 상할 것 같습니다. 폭력조직을 결성하거나 흉악범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족들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교도행정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미FTA 반대 싸움과 생존권 투쟁으로 올해도 이 땅 민중들이 피눈물을 많이 흘려야 할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품위도 누리고 싶다’는 말 몇 마디하고 감옥가야할지 걱정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연말이라 온갖 장밋빛 얘기는 수도 없이 나오지만 민중들의 생활고는 갈수록 심해만 가는 현실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고 한 호세아 선지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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