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둔한 환자와 띵한 의사

녹색세상 2007. 1. 9. 21:07

   아무리 생각해도 무릎을 수술한 집도의사와 난 뭔가 모자라고 한참 띵한 것 같다. 병원에 17일이나 입원해 있을 동안 다친 우측 새끼손가락의 손톱이 빠질 정도인데 의사들의 입에 달린 소리인 '엑스레이 찍어보자'는 소리도 한번 안 들었고, 나 역시 그렇게 아픈데도 그냥 있기만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남들은 그렇게도 피하는 혈관주사를 맞으면서도 아무런 소리 안 할 정도로 통증을 잘 참는 편이라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 법원에 소송구조 신청서를 접수하고 백종대 원장을 안 찾아갔으면 손가락 골절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 갔을 텐데 세심하기 그지없는 후배 덕분에 미세한 실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더 웃기는 것은 손가락에 부목 하나 대는데 추가 부담금이 1만원이 넘는다.(명색이 2차 진료기관이라고) 그러면 건강보험 공단에 청구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얼마란 말인가? 이러니 '칼 안든 강도'란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하다. 진작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수술은 수가가 너무 적어 모두 꺼려 3차 진료기관으로 몰리는 기현상도 생기고. "왜 그리 비용이 많냐"고 물으니 '이것도 깁스기 때문'이라고 하니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오기 싫으면 관두라는 투가 간호사들 몸에도 역력히 베어 있다. 주인 뱃가죽에 기름기는 가득 찼건만 직원들 월급은 짜기 그지없으니 불친절은 어쩌면 당연 한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방에는 십자가 장식이 걸려 있다. 그야말로 장식용인 십자가가. 환자의 의사는 전혀 묻지 않고 마구 주사 찔러대는 사람의 진료실에 걸려 있는 십자가, 하느님 입장이 얼마나 곤란할지......


  집도의사인 원장이 없어  상체 쪽을 주로 보는 부원장에게 '백 선생한테 놀러갔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니 허탈해 하는 그 표정...... 사람이니 실수야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그냥 넘어가 버리고 말았으니 당사자인 나로서는 화가 난다. 사고 부위를 발견해 다행이긴 하나 또 한 곳이 탈이 났다고 생각하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산재보험이 개악되고 요양 승인도 잘 안 되는 추세인데 이제 명확한 증거가 하나 더 확보되어 다행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 손가락 끝에 난 실금이라 다른 부위보다 오래 간다고 하니 이래저래 무릎 재활 치료 기간은 확보한 셈이다.


  이번에 "수술은 늙은 의사한테 가면 안 된다"는 명확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기들은 친절 한다고 하지만 경대의대 독점 시절의 습관이 몸에 가득하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하는 법이니까. 젊고 설명 잘 해주는 의사가 명의고 그런 의사한테 가야 아픈 사람도 마음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골절이 되고도 아픈 줄 모른 띵한 윤희용이가 날개 없는 천사 백종대 덕분에 좋은 것 하나 배운 소중한 날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백종대가 누구냐고요? 한강이남에서 수부 미세 봉합 수술 사례가 가장 많기로 소문만 현대병원에서 오래 근무하다 수성시장 사거리에 '수성연합정형외과'를 개원한 수술 경험이 누구보다 많은 의사랍니다. 환자에게 절대 과잉 진료하지 않고 주사 함부로 안 찌르는 양심적인 의사입니다. 가정폭력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나, 온갖 속골병이 들어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는 참 의사기도 하고요. 물론 철학이나 신학적 관점은 다르지만 참 좋아하는 후배요 제 몸을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라 먼 거리임에도 일부러 얼굴 보러 찾아가곤 합니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활치료를 하면서......(1)  (0) 2007.01.21
오랜만의 교도소 면회  (0) 2007.01.11
지금 있는 것이라도 잘 파라....  (0) 2007.01.06
새해에 떠오르는 고민.....  (0) 2007.01.05
공무원들이 모델이야?  (0) 200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