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후배의 말처럼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지방 현장으로 가자마자 연일 계속된 무리한 작업으로 왼쪽 무릎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관절염이 있고 인대가 손상된 것 같은데 2주 정도 쉬면서 경과를 지켜본 후 정밀검사를 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무리해서 생긴 병이니 쉬어야 회복이 될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 악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이가 있으니 연골 손상은 분명히 있을 것이나 인대손상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 된다. 남들은 한 번도 안하는 수술대에 세 번째 오른다. 몇 번의 교통사고까지 포함하면 환자복을 입은 회수마저 이젠 모르겠다. 신앙의 어머니이신 어른의 말씀처럼 “청년시절 남들 가는 감옥도 한 번 안 가고 살았으니 남들의 고통을 알게 하려는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결혼 후 나이가 들면서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쥐뿔도 없는 인간이) 얼마나 기고만장 했겠는가. 그렇지만 술담배를 함부로 해서 속병이 생겨 수술을 하지는 않았으니 바울의 고백처럼 ‘하느님의 영이 머무는 성전’인 하나 뿐인 몸을 함부로 굴리진 않은 것 같다. 다만 처량한 게 있다면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것’이다. 입원할 때 마다 보호자를 찾는 병원 직원들에게 둘러대는 것도 정말 귀찮다.
아까운 시간을 그냥 보낼 순 없어 책 몇 권을 사서 들어왔다. “ 다른 책은 잘 보면서 성서는 안 본다”고 김병대 목사가 한 소리 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책 펴 놓고 있으면 물과 기름처럼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속을 들여다 보지 않았으니 손상의 정도가 어떤지 알 수 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큰 수술이 아닌 작은 수술이 되길 바랄 뿐이다.
수술 후 마취가 깰 때까지 5시간 동안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오규섭 선배가 목회자로 예비교인 심방을 온다고 하니 이번엔 혼자 누워 있는 처량함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미FTA반대와 앞산터널 저지 투쟁이 한창인데 편하게 수도만 하고 있으려니 고생하는 동지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이래저래 마음이 뒤숭숭한 밤이다.
06년 12월 10일 병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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