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하기만 하던 삶에 어려움이 시작될 무렵 ‘왜 이리 인생이 꼬이느냐’는 의문을 수도 없이 했다. 오죽했으면 목회를 하는 선배가 ‘팔자 한 번 되게 사납다’고 했을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각종 사고를 당해 남들이 보면 일 년에 몇 번은 입원하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란 말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얼굴을 보면 고생이라곤 모르는 부자집에서 자라 세상풍파를 겪지 않고 살아온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관리자들은 건설현장을 돌아다닌 ‘노가다’로 전혀 보지 않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백면서생'으로 보고 있으니....
이번엔 머리도 식힐 겸 해서 간 지방현장에서 또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어지간하면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이나 재활치료로 가는 추세이건만 조폭 보다 더 무서운 서열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의사 세계라 아직도 초보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재활의학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고 쪽수로나 나이로나 칼잡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양심적인 의사들은 가능하면 수술보다는 보존이나 재활을 말하고 있으나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물론 이들이 의대 교수가 아님은 물론이고 다른 의사들에 비해 돈도 덜 버니 힘이 없다.)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후배의 말을 들었으면 이 고생하지 않으련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니 수술까지 가게 되었다. 어차피 재활치료는 해야 하니 이 기회에 온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각종 근골격계질환을 고쳐 흔적을 없앨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깨를 비롯한 상체 구석구석의 재활치료를 할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데 자연스레 기회가 주어졌으니 하늘이 주신 행운이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수술이라는 마지막 방식까지 갈 수밖에 없었으나 재활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무엇보다 끈기와 집념이 필요하지만 돈 내면 본전 생각이 나서 끝까지 하니 다행이고, 무엇보다 학창시절부터 시작한 운동이 재활 치료에 빨리 적응한다는 게 재작년의 경험이다.
어디 그뿐인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한 달 보름 정도에 몸무게가 무려 5킬로그램이나 줄었으니 연일 잔소리로 나를 괴롭힌 ×양×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될 것 같다. 퇴원 후 오랜만에 묵은 때를 벗기고 나서 체중계에 올라서는데 76킬로그램이 조금 넘으니 운동을 해서 뺀다면 작심하고 3∼4개월은 달려들어야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수치를 한방에 정리해주었으니 하나가 안 좋으면 다른 것은 좋다는 게 증명이 되었다. 재활치료가 운동을 변형한 것이라 남들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고, 골반교정을 시작으로 척추까지 교정하고 근력을 키우니 노년을 대비한 투자치고는 괜찮은 셈이다. 이 기회에 체중을 70킬로그램까지 줄여 내 몸에서 지방질을 대폭 줄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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