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갈수록 철학의 가장 기본 명재인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처럼 딱 들어맞는 말은 없는 것 같다. 그 사람의 처해 있는 상황이 사고 체계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아 들어가는 논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게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요즘 몸이 피곤하고 잠자리가 불편한 객지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매사에 짜증스럽고 귀찮기만 하다. 노가다밥 먹어면서 요즘처럼 사소하게 많이 다친 경우는 처음이다. 무릎이 성할 날이 없으니까.......
아무리 입으로 일을 하다 몸으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무덥고 탈진하던 삼복더위에도 아무런 사소한 사고하나 없이 지냈는데 지금 내 무릎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나는 뒤끝이 없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상대는 엄청난 상처를 받는 것을 모르니 어쩌면 불쌍한 인생인지도 모른다. 예전 여기저기 떠돌아다닐 때 잠시 부딪친 장××와 너무 비슷하다. 일과만 끝나면 조용한데 일과 중에는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퍼부어 대는 조×래의 모습이 너무 흡사하다.
걷기 불편할 정도로 무릎이 좋지 않아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지 온 몸에 한기가 들고 곳곳이 쑤시기 시작한다. 긴장해 있으면서 잠재해 있던 것이 집으로 간다고 하니 풀린 탓이리라. 겪으면 겪을수록 정말 정밀하기 그지없는 것이 인체인 것 같다. 사소한 것도 기억하고 언젠가는 반응을 보이니까. 22일 결심 공판에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여간 걱정이 아니다. 승소하기를 바라지만 재판에 져도 쉽게 주지 않으시려는 하늘의 생각하고 항소를 준비하려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흐린 날만 있는 게 인생이 아니니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점점 추워지는데 하루하루 잠자리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니 버티는 것도 영광이리라.
피 끓던 청년 시절 엄청나게 불러댄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책인 것 같다. 하루 중 우울한 시간이 두 시간을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게 편하고 그 때의 느낌에 충실하면서 순간순간을 즐겁게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왜냐고, 그게 내가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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