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상처받아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더러 본다. (내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지만) 헤어지자 마자 바로 '쿨'하게 정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슴앓이 하는 어찌보면 어리숙한 사람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그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는 사랑이 고귀하고 값진 것이니. 단 하루를 살아도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게 인생 아닌가, 상처는 사랑의 대가이니 그 정도의 아픔은 감수하자. 그거야 말로 쿨.....하게 사는 것일테니까.
상대의 말이 빈말이던 말던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기에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반가운데요. 전화 끊을 게요" 하는 여유 없는 그 인생이 왜 그리 불쌍한지 모르겠다. 서로가 좋아서 잠시라도 인연을 맺었기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일 뿐인데. 옆에서 보고 있던 이비인후과 주치의사 신태현 원장이(내 마음대로 임명한 것이지만 ^^) “형님, 서로 헤어진지가 언제인데 이제 남남인데 뭐 그리 걱정합니까. 사람이 모질지 못해서 탈이다”고 한다. 모질지 못한 것인지 젊은이들 말처럼 ‘쿨’하지 못한 것인지...... 그래도 그런 전화 받고 가만히 있는 것 보면 예전보다 많이 변한 것 같다. 삼십대였다면 “너 어디야, 전화를 그 따위로 밖에 못 받느냐”며 고함지르고 당장 달려갔을 텐데.
오×× 선배의 말처럼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는 게 변화의 징조’라고 하니 다행이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변하는 것인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인지 모르지만. 16년 만에 문상가서 만난 옛사랑을 만나 과거를 정리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살다보면 사람은 분명히 보게 되니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털 것은 털고 가는 게 살아가는데 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 은혜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분명히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편한데 얼마나 쪼들리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그렇게 밖에 안 될까 싶은 경지에 왔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 깔고 산다지만 동생 집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무슨 여유가 있겠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난데없는 전화가 왔으니 어지간히 내공이 깊은 사람 아니고는 힘든 일임에 분명하지.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다행인 것 같다. 이런 일로 상처 받는다면 즐겁고 얼마든지 받을 여유가 있으니 난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노기를 드러내지 않고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말은 명심 하도록 하자. 성서에도 ‘화내기를 더디하라’고 강조를 하고 있고, ‘세치 혀를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모든 화의 근원이 말에서 나오는 것이니 조심하라는 것이리라.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낫지만 말로 인해 받은 상처는 정말 오래간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말을 함부로 하는지 모를 일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남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은 정말 조심을 해야 한다.
혈기 넘치던 청년시절 불같은 성미로 인해 조금만 이상한 소리 들으면 참지 못 하고 바로 끝장을 봐야만 하곤 했다.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내공이 약한 탓이고, 내 자신이 허약함을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탓에 그랬던 것 같아 많은 조심을 하며 조금씩 고쳐 나갔다. 그런 노력의 결과인지 세월의 탓인지 모르겠으나 나와 인연 맺은 사람들이 뭐라 해도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럽게 대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뿌리가 남아 화를 터뜨릴 때가 간혹 있어 당황할 더러 있다. 인간의 한계이긴 하지만 노력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변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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