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고한 글을 읽고 너무나 서글퍼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몇 자 적는다.
재작년 여름 무릎이 좋지 않아 보훈병원 정형외과에 근무하는 후배를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형님, 무릎 연골 이상이 의심갑니다.”고 하기에 한국전 참전 용사인(?) 아버지 덕분에 직계 가족의 경우 본인 부담금 할인 혜택이 있어 “네가 칼질해라. 여기 전망도 좋은데 좀 쉬다 나가자. 할인되는 걸로 거나하게 한잔하자”고 했더니 “무릎 내시경 수술 경험이 열 번 정도에 불과해 형님한테는 자신이 없으니 잘 하는 곳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 찾아갔다. 후배의 의대 동기란 의사를 찾아가 기본적인 확인을 받은 후 내시경 검사 예약을 했는데 검사 후 진료비 계산을 하는데 영수증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검사비용인 8만5천원을 훨씬 넘어 20만원이 나오는 게 아닌가. 돈만 받는 여직원들 상대로 뭐라고 할 수 없어 원무과장을 찾아가 20만원이 나온 내역에 대한 확인 요구를 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좋은 약품을 사용하다 보니 많아 나왔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기에 “내가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데 수술과 입원시 보험비급여 진료나 약물을 투여할 때는 반드시 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료비 계산 때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못을 박았다.
수술 후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환자들 때문에 15만원이나 하는 '무통' 링거를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그냥 꽂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교적 통증을 잘 견디는 편이고, “수술 후 인체가 통증을 인식할 때 회복이 빠르니 어지간하면 참아라”는 후배의 권유도 있어 안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는 들고 와서 꽂으려 하기에 “난 기본적인 주사나 약물 투여 외에는 안 하기로 주치 의사에게 분명히 말했는데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얼굴이 별로 안 좋아진다. (만일 그 때 잠들거나 했더라면 바가지 쓴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수술 후 마취가 깨고 수술 부위가 부어올라 아프기 시작했으나 참다가 못 견딜 경우 간호사를 불러 ‘진통제’놔 달라고 했다.
입원실에 옷걸이가 없어 원장 회진 때 건의를 했는데 듣지도 않고 바로 나가 버린다. 의료란 서비스업인데 고객의 말을 저렇게 무시하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후 난 별난 환자로 찍혀 버렸다. 다행히 집도의사가 후배 동기라 찬밥 신세가 되지는 않았다. 이래서 경찰서와 병원은 아는 사람 있어야 한다고 하는가 보다. 퇴원 전날 진료비 확인을 했더니 다른 환자분들 보다 적게 나온 것 같다. 개인 병원의 경우 직원들의 지인이면 일부 할인이 되고, 별나게 보험적용 안 되는 것은 미리 물어 보라고 한 덕분에 조금 적었던 것 같다. 상대적인 약자인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지 상대적인 강자인 의사들의 도덕성이 문제인지는 물어 보나마나한 질문 아닌가?
3차 진료 기관인 국립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에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의 경험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진료하는 의사가 한 명뿐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를 신청 하라고 하기에 “진료 의사가 두 명은 넘어야 선택 진료를 할 거 아니냐. 분명히 한 명뿐이란 사실을 확인했는데 왜 선택진료를 하라고 하느냐”고 항의했더니 창구의 직원 얼굴이 굳어지고 원무과의 높은 직원이 나오고 난리가 났다. “이 일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건강보험공단에 분명히 진정을 할 것이다”고 말 한 후 진료를 받으러 갔다. 대기 중인데 해당과로 전화가 왔다. ‘진료비 차액을 환불해 주겠다’며 오라고 한다. 찾아가서 다시 한 번 항의를 했다. “국립의대병원이 약자인 환자를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는 게 말이 되느냐. 정말 치사하다”고 했더니 직원들 중 아무도 말 못한다.
자, 이래도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고 말 할 것인가 유시민 장관? 그나마 조금 알고 권리를 찾겠다고 설치니 돌려받았지 다른 환자들처럼 가만히 있었다면 그냥 넘어 갔을 것 아닌가? 교육 목적으로 설립된 국립의대 부속병원이 이 지경인데 다른 병원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약자인 환자들을 몰아 부치는 말 함부로 하지 마시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입장 곤란하면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지 함부로 떠는 게 아니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경추 이상이 있어 수시로 치료받으러 다니는 당신 모친도 이런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떠들고 다닐 분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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