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공정해야 하는 도덕적 잣대

녹색세상 2006. 10. 8. 21:26

  

  잘잘못을 거론할 때 그 기준은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일 것입니다. 모 지역 기초 단체장으로 활동한 동지는 지방 행정을 하면서 진보 진영의 활동가들이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가 맞다는 우월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을 대해온 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연수를 갔습니다. 새벽이 가까워 오도록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이 차에서 잠시 쉬는가 싶더니 초행길을 차를 몰고 가고, 한 사람은 말리기는커녕 동승을 했습니다. 설마 가겠나 방심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막을 틈이 없었습니다. 음주 운전은 동반 자살 행위인데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아무도 하지 않았고, 저 역시 그냥 넘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후보였습니다. 만약 사고가 나거나 음주 단속에 걸려 언론에 났더라면 그 날로 풍비박산(風飛雹散) 나고 말았음은 명약관화한 사실 아닌가요? 침묵한 저 자신부터 자아 반성을 하면서 이런 기본에 충실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음주운전을 단순한 개인적인 과오나 습성으로 돌려 그냥 덮어 버리고, 만취한 상태에서 동승한다는 것이 제 정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제 자신을 먼저 반성하면서 우리 자신의 내적 성찰과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구나 당사자들이 ‘진보의 날개’를 달아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당원들의 피눈물 나는 돈과 노력으로 선거에 나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입니다. 아니,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죠. 거창에서 일어난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서구 사회주의의 타락은 100년이 걸렸는데 우린 이렇게 짧느냐”고 한 글이 떠오릅니다.


  우리 내부의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흐리면서 무슨 진보의 싹을 키운다고 떠듭니까? 잘못이 있을 때 당사자는 인정을 해야 하고, 전 당원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장치를 견고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후 보듬어 주는 사랑이 우리 내부에 있어야 하고요.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민주노동당 내부에 공정하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세우는 기풍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정 개인이 잘나서 자기 돈으로 선거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결의에 의해 움직이는 일꾼이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는 철의 규율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몇 개월 진 빠지도록 고생한 분들이 많은데 정말 김새는 소리해서 죄송합니다. 선거 때문에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 민심을 찾아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갑시다. 그 곳에 우리가 만나야 할 이웃이 있습니다. (지방선거 후 적은 글을 추석 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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