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 북한의 핵실험 문제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남한 곳곳에 있는 우리의 통제할 수 없는 미군의 핵무기에 대한 말은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시 작전 지휘권이 우리에게 없기에 사태 발생시 대한민국 국군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 아닌가? 한반도의 비핵화는 무분별한 군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지만 미국이 쌓아 놓은 핵무기 문제도 같이 거론하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이 나왔다. 핵심내용은 '봉쇄'다. 금융제재, 금수,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검문검색이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적재한 화물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전문엔 이런 구절도 있다. '유엔헌장 7장에 따라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유엔 결의안 초안이 공개되자마자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나섰다. 북한 핵실험 후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했고,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곧 방한하면 한국의 PSI 참가에 대한 협조 논의도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유엔 결의안 초안과 버시바우 대사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군사력을 동원해서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에 대해 검문검색을 할 것이니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PSI 참여' 압박
매우 심각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럴 이유가 있다. 북한이 반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3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경고'를 한 바 있다. PSI에 따른 육해공 봉쇄를 정전협정 14-16항, 즉 '육상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며 자신들도 정전협정 이행 의무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해 보자. 유엔 결의안 초안이 그대로 채택돼 PSI가 전면 실시되고,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면? 그래서 북한이 강력 반발해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면? 결과는 물을 필요도 없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우려해 PSI에 정식 참여를 하지 않고 참관 자격으로만 참여해 왔다. 역내 외에서의 차단훈련도 물론 거부해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PSI는 '미국 주도'였지만 앞으로 전개될 PSI는 '유엔 주도'라 빠져나갈 구멍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 9일 일찌감치 유엔 안보리 차원의 즉각 논의를 지지한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쪽으로, 한국의 자율성이 많이 축소되는 쪽으로 사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해군이 영해(제주해협)나 인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검문 검색하는 상상조차 하기 끔찍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북한이 맞대응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선 묘책이 있다고 한다. 해군이 아니라 해경을 동원하는 방법, 먼 공해상에서 검문 검색하는 방법, 더 나아가 우리는 슬쩍 빠지는 방법 등을 거론한다.
너무 낙관적이고 일방적 예견이기도 하다.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에 대해 검문검색을 하기 위해선 드넓은 바다에 '천라지망'을 펼쳐야 하는데 미국은 그럴 여력이 없다. 한겨레가 군사전문 웹사이트인 '글로벌 시큐리티' 보도를 인용한 것을 보면, 미국의 항공모함들은 인도양이나 이라크 앞바다에서 작전 수행중이거나 수리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이 떠맡거나, 일본 해상자위대의 역할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반도 일대에서 일본의 역할 증대는 또 다른 재앙의 불씨를 안고 있지 않은가?
여유가 없는 미국... 해상봉쇄 부담은 누가?
설령 미국이 항모전단을 수습해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하고, 그래서 우리는 슬쩍 빠지는 상황이 조성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북한이 해상 검문검색을 정전협정 파기행위로 규정해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 즉 주한미군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서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결론은 하나다. 어떻게든 PSI가 전면화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대북 군사제재 방안이 결의안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단호하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10일)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도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기하자 북한에 대한 군사제재가 꼭 북폭을 뜻하는 건 아니다. 군사력을 동원한 해상 검문검색도 군사적 제재에 해당한다.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일단 접자. 지금 주목해야 하는 건 그게 아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가 한반도 안위를 지키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대북 군사제재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과연 결의안 초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다는 속보가 속속 타전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청와대가 확인된 게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사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지만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제사회와 국내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핵실험의 특성상 2차 실험은 예견된 것이란 주장도 규탄 분위기에 묻힐 게 뻔하다. 그래도 중국은 결사반대 기조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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