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북한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각

녹색세상 2006. 10. 12. 15:13

   이 글은 북한의 핵실험 후 제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 담임 목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기독교인들 대부분이 미국 사대주의에 젖어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기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했으면 하는 심정에서 보냈는데 반응이라도 올지 모르겠습니다. 담임 목사 역시 "기독교 국가 대부분이 축복 받아 잘 산다"는 기독교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 이런 문제에 대해 저와 수시로 부딪치곤 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말에 토를 달지 않는 현실에 유독 제가 문제 제기를 하니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각-

 

  저는 이번 북한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무분별한 군비 경쟁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핵무기를 비롯한 핵발전소를 비롯한 어떤 형태의 핵이라 할지라도 한반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교민들이 말하는 것은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에서 미국 정부에 청원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결코 아니라고 믿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엄밀히 말해 한국 사람이 아닙니다. 미국인이지. 최태영이가 대한민국 사람입니까? 한국 출신의 캐나다인일 뿐이지. 군에 근무하고 있는 동생 분이 말했다는 미국의 국제경찰 노릇은 정말 웃기는 말입니다. 누가 저들보고 국제경찰 하라고 했습니까? 그런 시각을 가진 군인들이 많다는 게 이 나라의 비극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제정세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공부를 사관학교에서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군인 개개인의 잘못은 아닐 것 입니다.


   걸핏하면 남북 긴장을 고조 시켜 남한 곳곳에 있는 꼬봉들을 부추겨 무기 장사에 여념이 없는 게 그들이지 결코 국제 평화를 지키는 경찰 자격이 없습니다. 이게 지금 이 땅 군인들과 정말 평화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과의 현격한 시각 차이입니다. 이는 명백한 철학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고요. 미국 시카고대학의 동아시아 연구의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을 보면 한국 전쟁을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남침설과, 남침 유도설, 그리고 북침설. 한국전쟁 직전 태평양 방위선에서 남한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은 남침을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란 것이죠.


   한국내전에서 미군이 한반도에 퍼부은 무기가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전쟁 후 평양에는 성한 집이 몇 채 없을 정도로 북한 전역을 융단 폭격을 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태평양전에서 사용한 것의 2/3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2차 대전이 예상보다 3년 정도 일찍 끝나는 바람에 미국은 재고 무기 처리에 고심을 하다 한국전쟁을 유도해 싸그리 정리해 군수산업의 배만 잔뜩 불려줬습니다. 그 비용은 전후 한국정부가 고스란히 물었고요. 자기 땅을 쑥대밭 만든 무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웃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청년시절 우리 현대사를 공부한 것의 일부이지 결코 지어낸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란 것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분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만 아니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동아시아 기동전략군으로 재편해 평택으로 미군 기지를 모아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미국의 전쟁 기지가 되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번 핵실험의 경우 북한 지도부의 잘못이 분명 하지만 그 원인은 적십자사 총재인 한완상 박사 말씀처럼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양심적인 어른인 한완상 박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햇볕 정책의 잘못이라고 본다"고 말한 국무총리를 향해 "이번 핵실험은 햇볕 정책과 전혀 무관하다"는 말을 왜 못하느냐고 나무라더군요.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전남대 강연에서 그런 말을 했고요. 오마이뉴스나 레디앙, 프레시안을 들어가 보시면 그 때 그때 사안별로 기사가 즉각 올라와 정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의 조그만 글이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 손에는 성서를, 다른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 어느 신학자의 말이 오늘 따라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