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을 나서는데 출장 온 동네의 여성 노인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그 중에는 좋은 집에 사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한결같이 “돈도 소용없다. 건강이 최고다. 젊은 양반들 일하러(출근) 가는 걸 보니 부럽다”고 하신다. 늙어서 병들고 여기저기 아프면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란 건 두말 하면 잔소리다. 아프다고 산 목숨 끊을 수는 없고 살아가자니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직접 겪는 분들이 하는 말씀이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시골 동네에 낯선 사람들이 보이니 ‘어디서 왔느냐’며 궁금해 하시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먹고 살려니 객지 와 있다’고 하면 ‘참 좋은 때’라고 하신다. ‘할매요, 나가 오십이 넘었는데 그런 시절 갔구마’ 해도 ‘머라 캐샀노. 모리는 소리 하지마라’신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 농촌으로 가면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녹색당의 어느 활동가가 ‘대안에너지와 관련해 현장 조사차 전북 어느 마을을 방문했는데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이라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그런 틈을 메우고 고생을 덜 했을 것인데 도시에서만 살아온 탓에 몰랐던 것이다. 노인들의 최고 관심사는 ‘기름 값 덜 들어가는 방법’이지 대안에너지가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함은 물론이다. 노인문제는 50대 이상에게는 부모님들의 일이요, 곧 다가올 내일의 문제이니 남의 일처럼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일만 하면서 살아온 세대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 게으른 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대로 가면 병들어 고생은 따 놓은 당상이다.
덧 글: ‘할매요, 나가 오십이 넘었는데 그런 시절 갔구마’라는 말은 ‘할머니, 나이가 오십 넘었는데 그런 시절 다 갔습니다’의 경상도 사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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