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이라 조금만 늦게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에 9시 10분 전에 한의원에 도착했습니다. 침 치료를 받고 교정치료 대기 중인데 마침 케이블방송에 편집인 협회 주최로 ‘박근혜 후보 초청 토론회’가 진행 중이라 박근혜 보다는 나이가 많은 60대 후반의 여성들이라 ‘평생을 꾸정물에 손 한 번 묻히고 살아온 사람이 서민들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했더니 물꼬가 터지기를 기다리나 한 것처럼 말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1차 의도가 성공한 거죠.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호의호식한 사람이 월급날만 기다리는 월급쟁이 심정을 모르는 건 사실 아니냐?’고 하니 옆에서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도 대통령 한다’며 할배가 한 마디 하자 ‘대통령이 다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럼 아저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느냐’며 반전을 시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노무현의 자살은 비겁하다. 죄가 있으면 처벌받으면 되지’라 말까지 나오기에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주의까지 거론했으나 쪽수에 밀려 씨알도 먹히지 않았더군요. ^^
이대로 가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아지매, 너무 열 내지 마이소. 아파서 병원 왔는데 열 내면 더 해롭심더. 치료받는 다른 분들에게 피해 간다’며 너스레를 던지자 한바탕 웃으며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워졌습니다. 그 분들이 일생을 힘들고 어렵게 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공주마마 열성 지지자들임을 잘 알지만 ‘부잣집 자식이 서민 심정 모른다’고 던져 보았는데 역시 안 먹혔습니다. 무엇이 ‘우린 썩은 정치는 관심없다.’고 하면서도 박근혜만 보면 난리인지 모를 일이죠.
‘박근혜는 유신 독재의 최대 수혜자’로 말해 본들 먹힐리도 만무하죠. 선거 때만 되면 제 눈치를 보는 사촌형수들과 누님들도 비슷하니 일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게 불편한 것도 있고, 갈등도 있기 마련이니 가끔 정치이야기를 의도적으로 꺼내기도 합니다. 논리보다 감정이 무조건 앞서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조목모족 이야기 하면 수긍을 하면서도 돌아서면 달라지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대구경북의 현실이자 주어진 숙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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