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는 기본이 빠진 대표단과 대화
홍세화 대표님, 첫 전국위원회 회의 주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전국위원이 보통이 넘는지라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식은땀을 더 많이 흘렸으면 흘렸지 덜 흘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한 토론을 위한 제안문은 정말 좋았고요. 대표님의 장점은 곧 사라지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글로 밝힌다는 것입니다. 저도 실명으로 여러 곳에 글을 쓰는 것은 대표님처럼 그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 바쁜 와중에도 ‘활동가 연수’에 150명 가량의 당원들이 ‘홍세화 대표와 첫 대면’을 하려고 시간을 쪼개 달려온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거죠. 기대가 큰 만큼 내용이 채워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망이 컸다는 게 저만의 지나친 혹평인가요? 첫 대면에 큰 실수를 하셨습니다. 대화를 서로 주고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끝내면 중3인 우리 딸도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명색이 ‘대표단과의 대화’인데 선언만 하셨습니다. 우린 설교 들으러 천안에 가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듣는 시간은 전혀 없이 제안만 들으려 연말에 모든 걸 접고 전국에서 모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성과가 미미한 정도가 아니라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 부흥회 하려면 확실히 준비를 해야 결단을 하고 헌금도 많이 거둔다는 건 상식 아닌가요? 이런 불만은 준비하느라 고생한 상근자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은데 걱정입니다. 대표 출마를 하면서 올리신 글을 보고 많은 당원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당이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데 통합 논의 과정에 함께 하지 않았고, 활동 당원들과 교류가 없는 분이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우려 합니다. 이런 걱정을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지도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린 ‘한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식구(食口)’이자 진보정치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길을 가는 도반이자 동지입니다. 같이 밥 먹고 머리 맞대는 기회가 더 많을 수 밖에 없고, 그러기에 실수에 대해 따가운 비판과 지적을 하는 건 당연합니다.
당헌ㆍ당규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있는가?
대표님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당직자들의 순환 휴가 제안을 비롯한 여러 사안을 해결하려면 당헌ㆍ당규 개정을 하루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국위원회를 진행하면서 고생을 하셨는데 대표가 ‘전국위원회 소집과 진행’을 하도록 규정한 당헌은 당장 바꾸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는 당의 일상적인 집행과 의결기구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주요 임무인데 겸임하는 건 엄청난 모순으로 전국위원회 의장을 따로 선출하는 한나라당 보다 못합니다.
그리고, 전국위원회에서 지적 받은 것처럼 ‘당규 제10호 중앙당 집행기관에 대한 규정 제10조(인사) 3항’에 보면 “사무총국 성원 중 국장, 부장에 대한 인사는 사무총장을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 인사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표가 임명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을 인준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장 발령을 낸 것은 당규 위반입니다. 대표가 당규를 위반한 것을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대표의 당규 위반을 ‘실수했다’며 가볍게 넘길 문제인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자치 단체에도 실시하는 독립적인 기구로 인사위원회를 신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표의 인사권은 존중하지만 검증을 통해 부족한 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당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고민하는 동지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검토할 내용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를 같이 풀었으면 좋겠다는 건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이 밖에 당직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해 정무직을 줄이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론의 견해를 가졌던 동지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당의 각종 기구에 절반 가까이를 보장하는 등 실체를 인정하고 손을 잡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 대표님의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듣지 않고 제안만 하는 실수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야 합니다. 또 일방통행을 하신다면 당원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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