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풀이에서 오간 최소한의 주거 공간
주거 공간 보장에 대한 이야기가 대구 유세 뒤풀이 때 잠시 오갔습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면 공간도 작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저는 환경 고집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 ‘아무리 가난해도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된다’는 이연재 위원장의 말에 옆자리에 있던 이준호ㆍ정미나 동지는 바로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 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지만 적당한 면적의 주거 공간 보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일부 문제가 없지 않지만 싱가폴처럼 국가가 임대 주택을 지어야 하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죠. 점 더 넓은 집에 살고 싶으면 비용을 더 지불하는 싱가폴의 현 주거 정책은 당장 본 받아도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사생활 보장이 가능한 면적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연구가 먼저 있어야 하고, 임대 주택 건설에 따른 ‘공간 확보와 사회적인 비용 지불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 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여기에서 민감한 문제는 ‘적당한 면적’일 겁니다. 중형 이상의 아파트 위주의 주거생활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작은 공간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거죠. 그와 함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는 주택을 건설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큰 면적 중심의 아파트는 쾌적한 주거 공간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고 건설자본의 돈 벌이와 투기 대상이 되었음은 누구나 압니다. 주거 공간이 아파트만이 아니란 것도 우리가 다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대주택 위주로 바뀌어야 가능하다.
이렇게 왜곡되게 형성된 주택시장을 사생활 보장 중심의 주거공간으로 어떻게 바로 잡느냐는 일은 그리 호락한 문제가 아님을 잘 알기에 어느 정권도 달려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건설자본을 제압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토건공화국이란 오명답게 관료사회 역시 삽질 세력이 강하다는 것도 거대한 현실적인 장벽입니다. 사회적인 합의란 전권을 위임받지 않고 수술을 단행하다가는 건설족들의 역공을 맞기 쉽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 드리자면 실 평수 13평 아파트면 아이 1명 있는 가족은 살 수 있겠더군요. 작지만 거실도 있어 최소한의 주거 공간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2~3평 더 넓은 집을 원한다면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도록 하면 어떨까 싶네요. 아이가 둘이면 방 3칸인 18평 정도면 괜찮을 겁니다. 실 평수 18평과 16평에 혼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데 그야 말로 운동장이었습니다. ‘최소한 서른 평은 되어야 한다’는 분들도 있으나 임대주택을 그렇게 할 순 없겠지요.
32평(실평수 25평) 정도는 가지지 않으면 무능하고 못난 가장으로 몰아붙이는 이면에는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린 압니다. 2012년 말이나 2013년이면 금융위기가 폭발해 본격적인 집값 폭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의 ‘악몽의 10년’ 처럼 아파트 값 반토막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건 강 건너 불 보듯 뻔 합니다. 이때 경매로 넘어오는 30평 이하의 아파트롤 국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지하철 접근이 용이한 도시 외곽 지역에 앞에 말한 몇 가지 유형의 주거 공간을 건설하는 게 좋겠지요. 시내 중심가의 공사가 중단되어 폐허가 된 땅을 수용해 도심 공동화를 막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절한 주거면적에 대한 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한 임대주택으로 가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나저나 폭발하는 금융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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