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세 번의 제소, 그리고 용서는?

녹색세상 2011. 12. 22. 20:23

 

어쩌다 보니 세 번이나 제소를 했습니다. 그것도 한 사람에게 그랬으니 사람으로서 못 할 짓이죠. 이 정도면 제소를 한 저나 그 사람이나 둘 다 보통이 넘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만 해도 어지간한 것은 넘어갈 수 있다’고 일부러 말을 흘려도 모르쇠로 일관하니 어떻게 할 길이 없더군요. 4년 전 비참한 대통령선거 후 회의 도중 여성 당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퍼부어 대고 의자를 발로 차는 폭력을 저질러 처음 제소를 했으나 분당의 와중에 유야무야 되어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입당 후 ‘징계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직을 맡았으나 지키지 않아 제소를 했습니다. 이른바 정치적인 해결을 하려고 지금은 탈당한 시당 위원장을 만나 “이미 지역에 소문이 파다하다. 조직과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우릴 믿겠느냐”며 하소연을 하고 다짐을 받았으나 쇳물이 가득 박혔는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묵과하지 않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내자 시늉을 내더니 그것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원칙이 중요하다’는 격려보다 ‘일 잘하는 사람 괴롭힌다’고 할 때는 내가 집단 폭력을 당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로웠습니다.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조직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내 불찰이다.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는 말 한 마디만 했어도 감정의 골은 깊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저도 명색이 진보정당의 활동가인데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낸다면 고려해 볼 텐데 사과는 커녕 끝까지 오리발에 말 뒤집기를 해대니 다른 방도가 없더군요.

 

지난 주에 세 번째 제소장을 등기로 발송했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라 ‘탈당한 것 같은데 제소장이 소용없게 된 것 아니냐’는 어느 당원의 전화를 받고 조직실에 확인했더니 ‘오늘(21)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하더군요. 늘 마지막 길은 열어 놓고 사람을 대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막혀 버려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용서’라는 말이 그리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지금 제 소양으로는 버거울 것 같습니다. 이 일로 제가 그 사람을 정말 미워할 것 같은데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