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노회찬ㆍ심상정의 온실에서 벗어나 우리 길을 가자.

녹색세상 2011. 8. 10. 15:16

 

구약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집트 탈출기다. 이집트 탈출기는 히브리 노예들이 파라오의 학정에 시달리다 견딜 수 없어 자신들의 신 야훼가 약속했다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찾아간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기존의 안일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이 사건에 비유한다. 진보신당이 노심의 보호막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금의 과정을 이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다.

 


진보신당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노회찬ㆍ심상정 두 명명가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게 사실이다. ‘어느 당에 있느냐’고 물으면 ‘노회찬ㆍ심상정과 같은 당에 있다’는 말을 많은 활동가들이 쉽게 해 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자업자득이다. 그 보호막을 벗어나려니 힘든 게 사실이다. 그 동안 노심의 온실에서 살아왔으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들판을 꺼려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 보니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보다 ‘현실론’을 들먹이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예들이 막상 탈출을 했으나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막을 배회하다 보니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수시로 처하고 보니 그래도 굶지는 않던 노예 시절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어려운 생활의 연속이다 보니 지도부를 원망도 하는 등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이집트 탈출기에 기록되어 있다. 초기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건만 자신도 모르게 노예근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모세를 비롯한 지도부는 정찰을 보낸다. 정찰을 갖다온 모두가 ‘가나안에는 거인들이 살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는 보고를 해 지도부의 기운을 빼 놓는다. 단 두 사람 여호수아와 갈렙은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며 확신과 진실에 찬 보고를 한다. 약속의 땅 입성을 코 앞에 두고 모두 “그 곳에 가면 죽는다”는 엉터리 보고에 모두 혹했다. 등산을 하면 고개를 넘어야 정상에 갈 수 있는 건 당연하지만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모세가 우리를 죽이려 한다”며 지도부를 원망해 어쩔 수 없이 가나안 입성을 하지 않고 길을 돌린다. 지도를 보면 단 몇 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수십 년 사막을 방황하다 모두 죽고, 확신과 진실에 찬 보고를 한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은 가나안 입성의 영광을 누린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란 힘든 여정은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다. 노심의 그늘에 안주하면 영영 못 가지만 사진 속의 동지들과 같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덧 글: ‘파라오’란 이집트 왕을 말하지만 최고 지배세력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빨간색의 엉터리 번역 성서에는 ‘바로왕’이라고 적혀 있는데 잘못된 번역이다. 신학공부를 멀리 한지 오래되어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틀리면 지적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