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씨가 주장한 연립정부 구성론은 ‘3.27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되었습니다. 그 후 어디 가서도 ‘연립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안 하시더군요. ‘당론에 승복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프레시안에 나온 “공정거래위원회에 국세청의 인사권은 진보정당에서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사를 보고 저만 놀란 게 아니었을 겁니다. 심상정의 연립정부론은 1987년부터 정치적인 고비마다 설치는 비판적지지란 망령이 진보진영에서 부활한 것으로 저는 매우 불편합니다.
‘비판적 지지는 역사의 망령’이라던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활동 전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정체성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합진영의 대 주주인 심상정 씨의 말에 뜻을 같이 하는 당원들도 많이 의아해 했을 겁니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연립정부 구성의 전 단계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본다면 심한 억측인가요? 심상정 씨의 말을 듣고 통합파가 ’이건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연립정부는 미리 밝힐 건 아니다, 이뻐서 하느냐’는 반응을 보니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는가 보군요.
연립정부론 부결과 지난 시절 잘못에 대한 조직적 성찰을 요구한 조직의 결정이 불편한가요? 그렇다면 떠나는 게 서로에게 좋습니다. 가려고 작정한 사람이 진보정치를 꽃 피우기 위해 혁신정당을 만들겠다는 동지들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겠다고 작정한 사람을 말린다고 마음 바꿔 먹지 않는다는 것은 중학생인 제 딸도 압니다. 통합 논의가 민주노동당과의 문제로 국한된 줄 알았는데 당 최고 의결기구에서 부결한 연립정부론까지 새로 꺼내는 것은 너무하군요.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연립정부론은 2007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노력한 심상정 씨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 아닌가요? 이게 심상정의 50대 모습이라니 너무 처량하네요. 국내 정보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어느 기관에 있는 후배들조차 “형님,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내년 국회의원 총 선거를 향한 것 아닙니까? 순간은 유리할지 모르나 진보정당이 가야할 길은 아니라고 봅니다.”고 해 저를 부끄럽게 하더군요.
동지인 심상정 씨가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니 정말 실망이 큽니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심상정이 사퇴하고 유시민을 지지한 것은 치밀한 준비일 가능성이 높다. 이용길 부대표는 이 문제를 간파하고 먼저 자신의 몸을 던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철저한 각본을 파악하지 못한 내가 어리석더군요. 주위의 여성들에게 ‘난 심상정과 함께 한다’고 말했는데 이젠 말을 바꾸게 되었으니 졸지에 실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방선거 때 눈물 흘리며 사퇴한 게 순간의 실수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치밀한 준비였다는 게 드러났으니 이제 그 빈자리를 채우겠습니다. 그 동안 노회찬ㆍ심상정 온실에 안주한 우리의 안일함을 반성하면서 엄동설한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들판으로 나가지 원망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진보정당의 대표적인 정치인이 비판적지지란 망령에 빠져 있다니 정말 어이없습니다. 가시는 길 고이 보내 드리고 싶은데.....
폭우가 쏟아지는 밤 별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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