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권영길 의원의 사과가 자주파의 사과인가?

녹색세상 2011. 6. 25. 18:36

 

권영길 의원이 ‘진보정당이 통합된다면 내년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자신이 출마해 많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사과도 했다. 적지 않은 연세에 지난 시절의 잘못을 사과를 한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권영길 의원의 사과가 패권이라는 폭력을 휘두른 민주노동당 당권파 실세들의 사과가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통합하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폭력을 반대하는 나도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었다. 어린 자식 앞에서 어미의 멱살을 잡았다. 그것도 자식의 생일에 온 가족이 놀러 갔다 온 마지막 자리에서. 술이 취해 순간이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잘못한 것 같아 다음 날 물어보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믿을 수 없다. 자식 앞에서 멱살을 잡아 놓고는 무슨 말이냐?”며 화를 내는 아내에게 “정말 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딸이 태어난 반가운 날에 저지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본가에 전화를 해 ‘제가 어미의 멱살을 잡는 짓을 했습니다’고 하자 어머니는 “아비가 정신이 있느냐. 사람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당장 해린이(딸) 외가에 가서 용서를 빌어라”며 노발대발 하셨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그렇게 화내시는 걸 처음 봤다. 아버지는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계셔 더 무서웠다. 바로 청송 행 버스를 타고 가서 “제가 어미의 멱살을 잡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며 무릎 꿇고 빌었다.

 


다음 날 바로 집으로 와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불러 “내가 잘못했다.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무릎을 꿇자 “아버지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녀석을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 후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고 아무리 술에 취해도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웃으며 나를 받아주었다. 눈물을 글썽이던 그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만일 그 때 내가 사과하지 않고 ‘네 어미의 잘못도 있다’며 버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 결코 흉이 아니다. 아가리 꾹 처닫고 ‘배 째라’며 버티는 게 뻔뻔하지. 사람은 이해관계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원칙이 중요하지만 그런 것 마저 무시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늦게라도 사과하는 권영길 의원이 우리 당의 상층부에 있는 조승수ㆍ노회찬ㆍ심상정 씨 보다 더 보기 좋다. (권영길 사진: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