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저 사진이 내가 맞나?

녹색세상 2011. 2. 6. 15:13

 

누구나 자기 사진을 보고 놀란 경험이 더러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일이 더 많다. 30대 후반이었던 어느 날 세수를 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내 얼굴이 맞나’라며 놀란 기억이 있다.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갱신 하려고 찍은 사진을 보고는 더 놀랐다. ‘어떻게 이게 내 얼굴이냐’며 수 없이 부정하는 부질없는 짓을 했다. 인정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 모른다. 1월 22일 충주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회의에서 내가 발언하는 걸 찍은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마만 올라간 게 아니라 옆머리에 서리가 잔뜩 내려 있는 게 아닌가. 남자들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면 거울을 봐도 옆머리를 보는 경우가 드물어 흰머리가 얼마나 생겼는지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인지 모르겠다. 아예 흰머리라 전체를 염색해야 하는 비슷한 연배의 심상정 씨에 비하면 난 양반이란 위안을 해 본다. 영락없는 50대 중년의 모습이 그대로 사진에 찍힌 걸 보고 세월의 흔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일주일 정도만 운동하지 않아도 곳곳에 반응이 온다.

 

청소년기 때부터 운동을 해 온 탓에 남들보다 쉽게 회복이 되지만 40대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출세의 지름길인 사관학교 가겠다고 운동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내 몸을 지탱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이것 하나만은 좋은 습관을 가졌다. 하루만 잠자리가 편히 않아도 몇 일을 고생하는데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비슷한 연배의 김진숙 씨는 노동자에게는 집단살인인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85호크레인’에 올라 살을 에는 겨울 바다 칼바람에 온 몸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앞산터널 저지 달비골 ‘나무 위 농성’은 전기가 들어와도 고생이었는데 이 추위에 어떻게 견디는지 그의 용기와 의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김진숙 씨가 올라간 85호 크레인은 집단 살인에 맞서 싸우던 김주익 씨가 몸을 던진 곳이기도 하다. 김주익 씨와 배달호 씨가 세상을 떠난 후 방에 보일러를 하루도 틀지 않고 살아왔다는 김진숙 씨에 비하면 나는 호강에 받쳐 있다. ‘처녀 용접공’이라 떠들썩했던 그 김진숙이 벌써 중년의 늙다리가 되었다.


투쟁의 현장에서 단련된 그에 비하면 난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진보진영 통합과 관련해 흔히 독자파로 분류되는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이 과연 이 땅 민중들의 삶에 유익한가를 수 없이 되물어 본다. ‘시대의 요청’이라며 ‘민주노동당의 3대 주주들과 통합도 주저하면 안 된다’는 통합론자들의 주장 무엇이 문제인가를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이젠 30대 시절처럼 실수를 쉬이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가 이젠 아니다. 뱉은 말 하나 하나에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