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무작정 밤길을 걸었습니다.

녹색세상 2011. 2. 10. 10:18

 

6일간 단식한 상태라 혹시나 싶어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후배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갔습니다. 가서 ‘접수 불가’란 말을 다시 듣는 순간 ‘헛고생만 했다’는 생각에 독촉한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명색이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고 있어 상황판단에 누구보다 민감한데 사람들은 그게 아니더군요. 나름대로 알아보고 결정한 것인데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단죄에 가까운 댓글이 달린 걸 보고 실망도 했습니다. 너무 허탈하더군요.


‘작은 일에 충성하라’는 말은 ‘너 거창하게 굴지 마라’는 훈계로 들려 더 서운했습니다. 저도 사람인데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만 잘못을 한 탓에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연휴 끝이라 선거운동하기 좋아 전화를 하려니 당원 명부를 성주 토굴에 두고 와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죠. 말 하면 배가 더 고픈데 제대로 안 먹고 말을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죠. 제 몸의 상태를 아는 하느님이 주신 귀한 선물로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 들였습니다.


그래도 죽이라도 먹고 나니 걸을 만 해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인사라도 하는 게 세상 살아가는 기본예의이기에 몇 군데 찾아 다녔더니 힘이 빠지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9시 무렵 ‘오늘 걸어 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어 그냥 걸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죠. 단식 후 복식도 제대로 하지 않고 3시간을 걸었으니 정신 나간 짓이죠. 등산을 안 간지 오래되어 2시간 정도 걷자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으나 계속 걸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물집이 보여 바늘로 구멍 내었습니다. 자고 나니 허리부터 다리까지 곳곳에 반응이 오더군요. ‘조심하라’는 몸의 반응이지요. 내부 기강이 엄격한 우리 당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당신이 알아서 선택하라’고 맡기고, 벌금 문제는 조직에서 책임져 주는데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이렇게 볶아도 되는지 의아합니다. 이러면 앞으로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갇힌 상태에서 몰매 맞은 심정입니다. 별 하나 더 단 사람에게 이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6일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