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신부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교황 이제야 사과

녹색세상 2010. 9. 19. 12:39

영국 미사서 ‘깊은 슬픔’…마지못해 피해자들 면담


영국을 방문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8일(현지시간) 가톨릭 사제로부터 아동 시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했다. 신부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했다. 교황이 ‘특단의 조치를 하라’는 내부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외면해 왔다. 여론이 악화되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교황은 마지못해 사과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가해자들이 아직도 사제의 신분을 유지하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이곳에서 나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성직자들이 저지른 어린이 성추행으로 인한 엄청난 고통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그리스도의 축복의 힘과 화해를 위한 그의 희생이 피해자들의 인생에 깊은 치유와 평화를 가져다주길 희망하면서 무엇보다 이런 범죄로 고통받은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밝힌 게 피해자들에 무슨 위안이 될지 의문이다.


교황은 또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취해진 노력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성직자들과 공고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할 정도면 카톨릭교회의 특성 상 매우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가해자인 신부들을 두둔한 것이고, 피해자에게는 수 없는 가해를 준 것이다. 이날 교황의 발언은 가톨릭 성추문 이래 ‘가장 강력한 공개적인 사과’라는 언론의 보도는 심한 오보다.


성폭력을 사과하는 교황이 아니라 막는 교황이 필요


미사에는 영국 가톨릭 고위 인사들과 가톨릭으로 개종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부부 등 명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와 함께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영국 내 성폭력 피해자 5명과 30여분 간 면담을 갖고 이들과 함께 기도했다고 한다. 기도 좀 한다고 피해자들의 엄청난 상처가 해결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교황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진정성이 있다며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치료해 주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가톨릭 성추행 피해자 네트워크의 피터 이슬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범죄에 대해 슬퍼하는 교황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막는 교황이 필요하다”면서 “교황의 말은 아무것도 예방할 수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교황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교황청의 비밀서류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먼지 취하지 않은 것은 ‘입에 발린 소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날 런던 시내 곳곳에서는 동성애자, 여권운동가 등 수천명이 모여 가톨릭 성추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콘돔 사용 및 여성 사제 임명 등에 교황의 태도 변화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톨릭은 사제가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법정에 설 정도가 아니면 조용히 은폐하는 방식으로 무마를 해 왔다. 곪은 상처를 도려낸 게 아니라 덮었을 뿐이니 병은 갈수록 깊어만 갈 수 밖에 없다. ‘성폭력을 사과 슬퍼하지 말고 막는 교황이 필요하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ㆍ기사 연합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