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에 침묵하는 교황

녹색세상 2010. 4. 5. 22:12

감추어온 신부들의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폭발


미국 가톨릭 교계는 어린이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동안 거의 30억 달러 가까운 돈을 지불했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으로 감옥에 간 신부들은 극소수에 그쳤으며 은폐를 기도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별로 없었다. 그 동안 뼈아픈 사실 공개와 거액의 배상금 지급, 개혁 노력이 있었지만 가톨릭 교계의 어린이 성추행 추문은 최근 전 세계로 확산했으며 천주교회의 핵심부를 강타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감추어 온 것이 폭발한 것이다.

 

▲ 지난 3월 24일 <뉴욕 타임즈>에 실린 청각장애 아동 성추행범인 로렌스 머피 신부 사진. 위스컨신 세인트 존스 장애아 학교에서 미사에 참가하고 있다.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이 머피 신부. (사진: 뉴욕타임스)


지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과거 뮌헨 주교로 있을 때나 이후 교황청의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있으면서 성추행 사제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가톨릭 주간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지는 사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지난 수세기 아니 어쩌면 교회 역사상 최대의 제도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문제에 대한 교황의 ‘직접 답변’을 요구했다. 2일 발표된 CBS 여론조사에서 미국 가톨릭 신자의 교황에 대한 지지도는 2006년 40%에서 지금은 27%로 떨어졌다.


이 조사에서 미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이번 위기를 교황이 잘못 처리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도 지금까지 동원된 모든 전략이 무참하게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지금 유럽을 휩쓸고 있는 가톨릭의 아동 성추행 추문은 1980년대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추행 피해자들은 침묵하도록 협박을 받았고 성추행 사제들은 처벌을 받지 않거나 다른 교구로 전보돼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다.


문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미국의 명망 있는 교회법 전문가 니컬러스 카파디 교수는 미국 주교단의 조치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2002년 미국 주교단 회의의 단호한 조치였다고 상기시켰다. 오랫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던 미국 주교회의는 당시 어린이를 보호하고 관련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으며 사제들의 이력을 조사하고 방지교육을 하는 내용의 선언을 채택했다. 미국주교단은 평신도들로 구성된 감독위원회를 만들어 개선 정도를 점검하도록 하고 존 제이 형사사법단과대학 연구원들에게 교회 내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목요일인 1일 로마 성요한 라테라노 성당에서 사제들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겸손과 희생을 상징하는 발씻김 예식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저녁 12명의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한 것을 기념하는 성목요일에 이뤄진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행사에서 성추문에 대해서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 한겨레신문)

 

이 결과 1950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에서 4천392명 이상의 사제와 부사제가 최소한 1만677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했음이 드러났다. 이 중 615건 만이 사법당국에 통보됐으며 384명이 기소돼 25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2002년1월부터 2003년12월까지 700명 이상의 사제와 부사제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성직을 박탈당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는 3천91명의 성추행 관련 성직자와 4천568명의 성추행 피해자가 있었던 것으로 지난달 보고됐다.


다만 지난해 보고된 398건의 사고 중 1990년부터 있었던 사건은 30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개선의 조짐을 보여준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지의 존 앨런 선임기자는 이 와중에 6개 교구가 법정 밖 화해를 위한 거액의 합의금 지급으로 파산을 선언했으며 다른 많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파산을 선언하는 교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아들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성폭력 사건이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것은 천주교회가 내부 비리에 대해 감싸기 일변도로 나갔음을 보여준다.


‘성직자성추행피해자 네트워크’의 바버라 블레인 회장은 “교황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교황청 내 신앙교리성이 보유한 모든 성범죄 기록을 공개하고 이를 경찰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의 또 다른 고위 성직자인 월터 카스퍼 추기경은 27일, 교회 당국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침묵을 유지해 온 일들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는 “교황이야 말로 이미 추기경이었을 때부터 새롭고도 보다 엄한 규율을 강조해온 첫번째 인물”이라며 교황을 두둔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성추행에 대한 내부고발자로 유명한 톰 도일 신부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된다. 베네딕트 교황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엄격주의자다. 그는 옛날 사람이다. 그런 종류의 일이 그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교황을 편드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부산의 한 신부가 부설 어린이집 아동들에 대해 성추행한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묻혀 버렸다. 항의하는 부모들에게 ‘우리 신부님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다’며 수녀들이 피해아동들의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