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이제야 반성하는 정동영 의원에게

녹색세상 2010. 8. 8. 23:23

정동영 ‘저는 최악의 참패로 정권 넘겨준 장본인’


오는 9월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동영 의원이 8일 오전 홈페이지에 절절한 반성문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더군요. ‘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 의원은 지난 1996년 정치권 입문 뒤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정성이 있는지 전당대회를 앞 둔 일회용인지 알 수 없으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에 모르쇠로 일관한 정세균 씨 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과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2009년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해 참회의 심경을 쏟아냈습니다. 성찰의 동기를 ‘용산참사’에서 찾았다면서 “저는 국민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커 온 정치인이었지만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했다”며 “진심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고 죽어가는 용산의 평범한 시민들을 보호하지도 못했다”고 자책했더군요. 용산참사는 이미 예고되었건만 개발 귀신에 사로잡힌 정치인들만 몰랐을 뿐이지요.


철거나 파업현장에 투입되는 용역깡패들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의 탈을 쓰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든 ‘경비용역에 관한 법률’에 의해 얼마든지 투입시킬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인권을 강조하던 참여정부가 저지른 결정적인 실책 중의 하나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고, 건설자본에게 무한한 힘을 준 사상 최대의 악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대강 파괴를 반대’하면서 농성하는 이포와 함안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마저 용역깡패가 막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정동영 의원님, 이제야 잘못이 보이시나요?


용산참사의 원인을 ‘정권재창출 실패’에서 찾기도 한 정동영 의원은 “저는 10년 동안 국민이 키워주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뺏긴 장본인”이라면서 “진정성 있는 대안으로 국민 앞에 반성하겠다, 2007년 저의 패배를 더 이상 국민의 패배로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도 밝혔지만 정말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탈당과 무소속으로 당과 갈등을 겪은 데 대해서는 “당과 당원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며 더욱 몸을 낮췄습니다.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도 돌아본 그는 “신념과 철학이 부족했다, 현직 대통령에 맞서기가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용기가 부족했다”고 깊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열린우리당의 대표공약이었던 부동산 원가 공개가 좌초할 때 반기를 들지 못했다”, “한나라당과 대연정 파문 때도 자리를 걸고 말하지 못했다”, “한미FTA를 초고속으로 밀어붙일 때도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했다”는 등 반성문은 이어졌습니다. 늦었긴 하지만 반성하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정 의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며 부연설명을 달지 않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온 반성문에 대해 야당 내에서는 당권도전의 뜻을 굳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집단 살인인 ‘정리해고’에 맞서 옥쇄파업을 벌일 때 당시 주무장관으로서 쌍용차 매각에 앞장섰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책의 잘못’이라는 한 마디를 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집권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보인다니 다행이군요.


신자유주의의 잘못에 대해 수 많은 학자들이 지적을 했건만 당시 집권당의 의원 나리들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 조차 출입하지 못하도록 봉쇄한 상태에서 벌어진 한미FTA 협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들으려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열어 준 한미FTA협정에 이명박 정권은 문을 활짝 열어 주지 못해 안달이 나 있음을 민주당 의원들 중 몇이나 아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정동영 정동영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김근태 고문이 8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민주진보개혁세력 단일정당, 복지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민주연대 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미FTA 협정이 비준되면 이 땅의 민중들은 살아 갈 길이 막막합니다.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그만두고 멕시코로 달려간 정태인의 진심을 문재인은 지금도 부정합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고 수 없이 경고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지적을 왜 귀담아 듣지 않았는지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수 많은 삽질의 토대는 노무현 정권이 마련해 주었다 해고 과언이 아닙니다. 새만금 문제만 제대로 해결했어도 이명박 정권이 4대강 파괴를 감행할 수 있었을지 묻는다면 어리석은가요?


미국 발 금융위기를 보고나서야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아셨다니 국정 운영의 자격이 있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진보정당에서 입이 닳도록 말해도 듣지 않은 결과에 대한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참으로 갑갑합니다. 아직도 민주당은 오만하기만 합니다. 지방선거에 잠시 이겼다고 까불다 특임총리 이재오를 당선시킨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게 있습니다. 정치인의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정책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니 정동영 의원을 지켜 볼 일입니다. (사진: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