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은 과거 상처부터 먼저 치유하는 게 순서
같이 살던 부부가 헤어졌을 때는 분명 사연이 있다.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고 한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는 게 우리네 속담이다. 헤어진 사람들이 재결합을 할 때는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냥 재결합 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사는 것 만큼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는가? 상상만 해도 기쁘고 보기 좋은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록 삶이 미래지향적이긴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먼저 치유하는 게 순서이다.
▲ 인터뷰 중인 레디앙 이광호 편집국장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신임대표. 이정희 의원을 대표로 만든 것은 경기동부연합이 깃발을 든 대주주들의 합작품이란 사실을 어지간한 사람은 안다. (사진: 정상근 기자)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도 당발전특위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수사로 보지 진짜 ‘통합하자’는 말로 받아들이는 활동가들은 거의 없다고 본다. 심상정 씨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런 시기에 지도자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며 선거 2일 전 후보 사퇴를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사회당과 같은 진보정당의 통합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자의 손까지 들어 주는 친절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5일 이르면 내년 말까지 진보신당과 대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이정희 대표와 8명의 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와 진보대통합 등의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수권정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1의 과제는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이라며 “강력한 통합진보정당의 건설없이 2012년 총선 승리와 진보적 정권교체는 난망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의엽 정책위부의장은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올 1월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며 “이르면 내년 말 통합정당이 태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명박 정권 심판의 요구를 뛰어넘어 새로운 민주주의와 대안 정치세력에 대한 열망이 한층 강력하게 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의장은 “단순한 이명박 반대가 아니라 복지와 진보 등의 의제를 민주노동당이 주도해야한다는 의미”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대주주들의 횡포를 막을 준비는 되어 있는가?
위의 기사는 한겨레신문에 나온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의 최대 주주는 ‘경기동부연합ㆍ광주전남연합ㆍ울산연합’으로 부르는 주사파 계열이다. 그들은 어떤 합리적인 토론이나 합의 없이 골목대장들이 모여 결정해 지침만 내리면 되는 희한한 조직이다. 오직 훌륭하신 선배님들의 지도편달만 있을 뿐 다른 생각이나 견해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게 아니라 목사들 말에 목을 거는 ‘목사교 광신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런 행태를 가리켜 논객인 진중권은 ‘본사의 지침에 목을 거는 광신도’라고 부른다. 필자 역시 이 말에 공감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모든 정파나 당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분당한 후 사십대 초반의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정희 씨가 비례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다. 의정활동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진보정당에서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회의원이 된 예가 없다. 오래도록 진보정치 활동을 한 당원들로서는 놀랄 일이다.
그 뒤에는 ‘경기동부연합’이란 대주주가 버티고 있다. 그 곳에서 지침이 떨어진 것이다. 그들은 2007년 대통령선거 때 권영일 후보 선거본부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이란 불량품을 들고 나와 ‘유권자들에게 팔아라’고 우긴 사람들이다. 보다 못한 조승수 씨는 ‘불량품인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팔지 못 하겠다’고 해 한 바탕 난리가 벌어진 일이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진보진영의 ‘대선 3수’까지 기록한 권영길의 후보 출마도 의아하건만 설명조차 힘든 물건을 팔라고 한 것은 정말 억지였다.
과연 서로 통합의 토대는 마련되었는가?
해도 해도 너무한 물건을 내 놓고 팔라고 하니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보다 득표를 더 못 했으니 분명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상식이다. 급기야 문성현 당시 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고,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심상정비대위의 안은 부결되고 탈당이 연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 ‘주사파들과 잘 헤어졌다’고 말 하던 친구들도 선거 때만 되면 ‘언제 통합 하느냐’고 물어 정말 난처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도토리 키 재기인 진보정당의 현재 여건을 감안할 때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 기본 토대부터 먼저 마련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들이 재결합 하는데 그 원인을 해결하지 말자는 덮고 넘어가자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레디앙 이광호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진보통합을 주요하게 강조했다.
“진보정치 통합은 우리가 꼭 이뤄내야 할 조직적 과제”라며 “진보신당의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 대로 진보대통합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에 앞서 분당의 계기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정치는 미래를 보며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를 제기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으로 덮고 가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어떻게 다시 살자는 것인지 난 모르겠다. 이래서 ‘묻지 마 재결합’은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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