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유엔사무총장을 꿈꾼 홍석현과 김민석의 추락

녹색세상 2010. 8. 20. 10:23

날개없이 추락해 버린 홍석현과 김민석


유엔사무총장을 꿈꾼 사람들이 있었다. 주미대사를 잠시 지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지금 민주당의 김민석 최고위원이다. 둘 다 낙마하고 말았다.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맞는 모양이다. 김민석은 2002년 노무현 바람을 타고 최연소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정도로 유망했다. 그런 김민석이 나중에는 ‘정몽준과 단일화 해야 한다’는 엉뚱한 말을 들고 나왔다. 최연소 정치철새로 등극하고 말았습니다. 동년배의 386정치인들이 ‘다시는 동지라 부르지 않겠다’며 난리가 났다.

 


정몽준이 민주당의 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정치철학은 뒷전이고 표 밖에 안 보이니 탈이 난 것이다. 김민석은 머리가 안 돌아 간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돌아가서 문제였다. 그 후 김민석은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김민석이 학생운동을 할 때는 학생회장이 실세가 아니라 뒤에서 정책을 만드는 조직이 있었다. 김민석을 회장으로 만들다시피한 조직이 뒤에 버티고 있었지만 얼굴이 팔린지라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에 입문해 바로 국회의원이 되어 잘 나갔다.


홍석현의 주미 대사 발령은 삼성의 영향력으로부터 노무현 정권이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니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정치나 행정 경험도 전혀 없고 외교관 생활도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장관급 예우를 받는 주미대사로 간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내 놓을 것이라곤 부자집 아들로 태어난 것과 재벌 회장의 처남이란 것 뿐이다. 홍석현은 ‘유엔사무총장을 하고 싶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했다. 그런 홍석현은 자형인 이건희의 돈 심부름 하던 중 일부를 삥땅하는 배달사고를 내기도 했다.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2008년 3월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중앙일보> 사회부장을 역임했던 이상언 비서실장(홍 회장의 오른쪽 붉은색 타이)이 이날 홍 회장과 함께 특검에 출석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김민석 벌금형 확정 ‘피선거권 5년 박탈’


김민석은 민주당이 꼬마로 전락한 후 입당을 해 재기를 노렸다. 입당하자마자 통 크게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 열린우리당이 2008년 총선에서 몰락한 후 합당하면서 최고위원까지 되었으니 김민석은 정치판에 자연스레 자리 잡는 듯 했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6.2지방선거’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시장 후보에 출마하는 등 자신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2007년 당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쓴 돈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부자집 아들이라지만 재벌도 아닌데 몇 억대의 자금을 모으는 게 여의치 않았음은 물론이다. 진보정당 처럼 돈 안 쓰는 구조를 정착시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리 만무하지만 보수정당은 당직 선거조차 돈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민석은 2007년 대통령선거와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억원을 받는 등 지인 3명에게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600만원 및 추징금 7억2000만원으로 형이 대폭 낮아졌다.


그렇지만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9일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벌금 600만원 및 추징금 7억2000만원을 선고한 2심을 판결을 확정해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진보정당의 활동가들도 가장 무서워하는 게 감옥가는 게 아니라 피선거권 박탈이다. ‘불리한 말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김민석은 솔직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추락한 홍석현과 김민석에게 지금의 심경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