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착한기업 우대계약제 도입, 나쁜 기업 박살낼 것”
역시 노회찬은 달랐다. 그는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아마도 삼성전자에서 만든 컴퓨터는 서울시청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 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가? 그럼 삼성과 싸워라!'는 어느 교수의 외침에 대한 노회찬식 답변이었다. ‘6.2지방선거’에 민주개혁이니 진보니 하는 꼬리표를 달고 수많은 후보들이 반MB 울타리에서 지갑 줍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는 암묵적 금기 사항인 ‘삼성 문제’까지 건드렸다.
그렇다고 그가 반MB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서울시청과 청와대가 사사건건 싸울 것이며, 광화문에 늘 전운이 감돌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6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렇듯 진보 진영을 향해 ‘왜 노회찬이어야 하는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삼성 비리를 폭로하며 싸운 노회찬 다운 모습이었다. 노무현을 말하는 자들은 삼성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노 후보는 이날 “오늘 몇 분께서 축사를 했는데, 사실 축사가 아니라 독려사”라며 “일본 가미가제 특공대가 떠날 때 돌아오는 연료는 안 주고, 출발하기 전에 술 한 잔과 담배 한 대만 주는 수준의 독려”라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가서 살아서 돌아올지 혹은 못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저 정상 꼭대기, 우리가 목표인 지점까지는 반드시 가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무수한 투명인간들을 진짜 주인으로 만들겠다”
노 후보는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지가 40여 년 가까이 되는데, 내 집을 갖지 못한 것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주거형태를 다 경험해 봤다”며 “그런데도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서울에 대해 새롭게 안 것들이 참 많다”고 말했다. “새벽 4시 10분에 출발하는 새벽 첫차가 있다”며 “나는 그런 버스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 첫 버스가 강남의 빌딩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로 인해 두 세 정거장 가니까 꽉 차버렸다. 그 버스 하나를 15년간 계속해서 타고 다닌 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 노회찬 “내가 서울시장 되면, 삼성전자에서 만든 컴퓨터는 서울시청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세대학교에서 332명에 가까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과 지하 3층 주차장 옆 휴게실에서 그분들이 해주신 식사 대접을 받고 얘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밤 12시 넘어서 지하철 한쪽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그분들은 그 노동하는 과정에서만큼은 투명인간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투명인간들이 서울시에 얼마나 많은가”라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모든 서울시장 후보들이 나오면 뭐를 짓겠다 아니면 무엇을 위해서 예산을 더 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이 투명인간들을 서울의 진짜 주인으로 복원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도시철도 사장 등 서울 공기업의 사장들은 그 기업의 주인인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아서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평범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노 후보는 “착한 기업 우대계약제를 도입해서 나쁜 기업들을 박살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노조 탄압-비정규직 차별 기업, 서울시청 납품 못하게’
이에 대해 그는 “노조를 탄압하는 기업, 노조 설립을 무산시켜서 노조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기업(삼성),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기업, 여성과 장애인을 차별하는 기업들은 명단을 만들어, 점수를 대폭 감산해 서울시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와 서울시가 조달하는 모든 물품 등 23조 원에 달하는 서울시 한 해 예산 사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키겠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아마 삼성전자에서 만든 컴퓨터는 서울시청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또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는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후퇴한 복지, 시장에 내맡겨진 교육, 군대까지 동원해서 건설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서 법에서 보장된 권한만이 아니라 법에서 보장되지 않은 것까지도 서울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시민들의 요구가 확인되면 시민들과 더불어 싸울 것이며, 국회를 뒤흔들어서라도 필요한 법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명박과 사사건건 싸워, 광화문에 전운 감돌게 할 것”
노 후보는 “나는 원래 남하고 싸우는 걸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이명박 정부 치하에서 서울시장 자리만큼은 싸워야 되겠다. 싸우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중요한 일마다 사사건건 국민의 뜻을 물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국가 운영을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사사건건 싸울 것”이라며 “시청과 청와대가 맞서서 싸우도록 할 것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저러다 둘 중 하나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 할 정도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시청과 청와대 사이의 광화문에 늘 전운이 감돌게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그렇게 해서 이명박 정부를 몰아내지는 못 하더라도 다시는 한나라당에 지지 않도록 온갖 지혜를 다 짜내겠다”며 “서울 시민들과 함게 서울의 지배 권력을 바꿔내는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참석자와 유권자들을 향해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어떤 정신과 기백으로, 어떤 내용과 계획으로 이 성스러운 싸움에 임하고 있는가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 선거가 그냥 정치꾼들의 겨루기 장이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의 열렬한 가슴으로 동참하는 축제가 되도록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래, 역시 노회찬이야. 그래 노회찬이야. (그래서 시민들로부터) 진보를 열망하는 세력들에게는 우리가 더 따뜻하게 해줘야 되겠다는 얘기를 듣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방송토론 거부당한 이계안 참석, ‘노회찬 복지서울 지지’
이날 개소식에는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조승수 의원 등 당내 인사들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단병호 전 의원 등 당외 인사들까지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날 TV토론 요구마저 묵살당한 채 민주당 공천에서 낙선한 이계안 전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계안 후보는 “2.1연구소를 맡으며 서울의 출산율 2.1명 달성을 위해서는 노회찬 후보의 복지서울이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가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시를 돌려주고 진보의 가치를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후보의 개소식을 축하하고 지지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에 노 후보는 “이계안 후보는 내가 정말 본선에서 저 분이 올라오면 어떡할까 굉장히 걱정이 돼서 솔직히 안 올라왔으면 하고 바랄만큼 가장 준비를 많이 했던 후보”라며 “애석하게 됐지만, 사필귀정이라고 앞으로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노 후보는 또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를 거론하며 “심 후보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바쁜데 안 와도 되는데, 감성적으로는 또 안 오면 마치 국그릇만 있고 밥그릇이 없는 것처럼 이상하게 돼가지고 숙명처럼 서로 인정하고 체념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렸다. 한편 이날 노회찬 후보는 조승수 의원, 손호철 서강대 교수, 김혜경 진보신당 고문,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자보/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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