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언제든지 남침해 이길 능력이 있는가?
한국 사람들은 ‘한국군이 북한인민군보다 약하다’는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돈을 퍼부어 전력 증강을 한 군대가 약하다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건만 그런 질문을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아직도 많은 기성세대들은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를 노리는 북한’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어릴 때 받은 반공 교육의 영향 탓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을 메시아로 착각하는 기독교인들이 더욱 심하다.
현대전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무기가 한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나 조직ㆍ국가가 강한 것은 당연하다. 일본자위대 보다 한국군이 전력이 약한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보다 결코 약한 게 아니라 더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비는 10배 가까이 더 많으니 더 물어볼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전쟁의 원인은 특정 권력자의 침략 야욕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빼앗으려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분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것만 이해하면 ‘국제정세 분석이 가능하다’고 분쟁취재 전문기자인 정문태는 말했다.
21세기인 지금 제발 케케묵은 ‘북한의 도발’이란 낡아 빠진 것은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고, 미국에 의한 한반도 전쟁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구체적인 문제에 눈을 바로 눈을 뜨자. 식량이 모자라 끼니를 걱정하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힘이 있다고 보는가? 오히려 북한은 한미연합 훈련이란 이름의 전쟁연습에 늘 불안해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많이 들었던 ‘팀스피리트 훈련’이나 ‘키리졸브훈련, 독수리 훈련’ 등은 북한을 상대로 한 전쟁훈련이 분명하다.
천안함 침몰과 북한 연루설은 이명박 정권에 자승자박
천안함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국한 고귀한 희생 앞에 안타까워하다가도 사고 이후 군의 대응 과정을 보면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늑장 대응으로 구조 작업이 늦어진 것은 군 당국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사고 원인에 대해 미국도 부인하고, 대통령마저 “예단하지 마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군 수뇌부의 오락가락하며 감추려는 태도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유독 내부 폭발 등 자체 사고 가능성은 서둘러 배제해버린 군의 잠정 결론은 아무래 봐도 균형감이 없다. 당시 교신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제하는 점 등은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혹여 눈앞의 불이익을 피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든다면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진실을 가린다 해도 끝까지 가릴 수는 없을 것이며, 사실을 숨긴다 해도 진실이 만천하게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진실은 가장 큰 힘이며 정직이 최선의 정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지만 최근 들어 북한과의 연관 가능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놀라움을 넘어 불안감을 느낀다. 내부 원인을 일단 배제하고 외부로부터 원인을 찾다 보니 인간 어뢰, 6.25 기뢰ㆍ잠수정 어뢰 등 북한연루설이 힘을 얻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3월 30일 오후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 현장인 백령도를 방문해 구조작업중인 독도함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백령도에 최초로 간 대통령’이라고 한 청와대의 발표는 도발의 위험이 없다는 증거이다. (사진: 연합뉴스)
떨쳐 버리기 힘든 유혹인 북한 개입설
책임 회피를 위해 일회용으로 써 먹기에는 딱 좋아 유혹을 떨쳐 버리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북한 잠수정이 노후해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장착된 어뢰가 그 정도의 명중도와 파괴력을 갖기 힘들다고 해도 북한연루설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하다보니 이제 북한의 잠수정은 우리보다 우월한 고도의 기술을 갖추고, 어뢰 역시 직접 부딪치지 않고도 함정을 파괴하는 가공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우기는 수구우파들이 이를 악용한다.
북한연루설은 급기야 북한을 뭐든지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괴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힘든 북한이 먼저 도발할 힘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북한 소행이 확인될 경우는 당연히 엄정하고 단호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 분명한 사실 확인이나 뚜렷한 증거도 없이 지레 짐작으로 북한연루설을 흘리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울 뿐 아니라 이롭지도 못하다.
지금 제기되는 북한연루설이 만에 하나 ‘6.2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층의 결집과 정치적 이익을 위한 ‘북풍의 유혹’ 때문이라면 이는 처음부터 접어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은 집권 세력의 북풍 시도에 의해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과거 김현희 사건이나 이선실 사건 등이 정치적 효용성을 가진 적이 있었고 비무장지대에 북한군이 출현해 총격을 해대면 여당 지지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 뒤로는 정권의 북풍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고 좌절했다.
지방선거에 북풍한설(北風寒雪)을 누가 이용하려는가?
김대중 정부 시기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총선 직전에 발표했지만 오히려 북풍에 대한 견제 역풍으로 여당은 수도권에서 패배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도 이명박 후보의 압승을 바꾸기엔 무력할 뿐이었다. 북한 위협론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거나, 북한 관련 큰 흥행으로 유권자들의 감동을 확산시켜 유리한 정치적 결과를 산출하겠다는 시도는 이제 탈냉전 이후 꾸준히 지속된 남북관계와 국민들의 의식이 발전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북풍 유혹에서 비롯된 북한연루설이라면 오히려 지금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북한연루설은 결과적으로 수구 정권에 손해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의 하나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이는 자체 사고나 내부 폭발시의 책임보다 훨씬 큰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보수 정권의 특허처럼 되어 있는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이기 때문이다. 백령도 남쪽 바다에까지 북이 와서 공격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라면 정권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된다.
북한연루설로 당장의 곤혹스러움을 회피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돌아온 화살이 되어 현 정부를 안보 무능 정권으로 낙인찍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연루설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이후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북이 도발한 것이라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응징하고 대응해야 한다.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명백한 군사 도발이므로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수단을 포함해 가장 적절하고 효율적인 응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북한 해군에 보복 타격을 가하거나 군사적 맞대응을 한다면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각오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고 대북 제재를 추진한다면 그것만으로 뿔난 국민감정이 진정될 지 또한 미지수다. 북한이 한 짓이라면 전쟁 불사의 전면 보복을 해야 할지, 사과 요구와 재발 방지 수준의 뻔한 대응을 해야 할지, 오히려 정부는 가장 어려운 정치적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와 군 당국의 우왕좌왕과 원인 규명 미흡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책임 회피와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북한연루설을 강조하는 거라면 후일 감당할 수 없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국방장관을 비롯한 합참의 애매한 태도는 이미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무덤에 끌어 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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