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은폐는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짓
뉴스에서 천안함의 단면도를 보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배의 후미에도 여러 공간이 있지만 바로 연료실 아래에 탄약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함을 잘 모르지만, 연료와 탄약은 가능한 멀리 따로 보관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 폭발의 위험이 있는 탄약과 화재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연료가 가까이 있다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안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 3월 29일 오후 2시22분쯤 임재엽 하사의 친구로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구조에 참여했던 홍웅 씨의 브리핑을 듣기위해 강당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이 신속한 실종자들의 신속한 구출을 하라며 군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실종한 김경수 중사 부인이 “천암함은 물이 새 3번이나 수리했다고 남편에게 들었다. 천안함은 문제가 없는 배였느냐?”고 묻자 함장 최원일 중령은 “수리한 적도 없고 물이 샌 적도 없다”며 바로 묵살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종된 부하가 생전에 말했다는 것을 바로 뒤집어 버리는 함장의 모습은 무엇을 숨기는 게 아닐까요? 배가 노화되어 물이 새고 연료가 샐 가능성이 있는데도 작전에 나간 잘못을 감추려는 것은 아닌지 자꾸만 의혹이 듭니다.
다른 실종자 가족도 “우리 아들도 휴가 나와서 배가 오래되어 물이 샌다고 했다”고 합니다. “수리 한 달 만에 또 수리에 들어갔다고 남편은 말했다. 남편은 천안함에 나갈 때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배다. 내리고 싶다”고 아내에게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함장의 말대로라면 그럼 이 실종자들이 살아생전에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까? 물이 새고 수리중인 천안함은 작전에 나와서는 안 될 함정이었습니다.
각종 의혹이 난무한 것은 군이 스스로 판 무덤
천안함이 평범한 항해도중 드디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생겨서는 안 될 틈이 생긴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발화성 탄약가루 등이 쏟아지고 열려서는 안 될 벽이 찢어지면서 갑자기 물이 들어오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 제대로 된 함장이라면 부하들에게 전원대피령부터 내리고 ‘갑판으로 올라오라’고 했어야 합니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전 속력으로 항해한 것이라고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함장은 전혀 엉뚱한 대처를 한 것 같습니다. 함장과 장교들은 “부하들에게 알리지 말고 일단 배를 육지에 빨리 대자”는 결정을 내린 것 아닐까요? 무전 통신을 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상부와 통화를 했다는 것은 기록에 남길 수 없는 큰 사고가 발생해 감추려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초계함은 일상 항로가 아닌 까나리 어장 쪽으로 배를 달렸습니다. 구조 요청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의 발표가 합참의 것과 다른 것이 증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민들의 증언으로, 그 어장은 조류가 굉장히 센 곳으로 초계함들은 안다녀봐서 몰랐을 것이라는데, 가뜩이나 급격히 틈이 벌어지고 있던 천안함은 어장에서 작은 바위 혹은 강한 조류와 충돌하면서 물밀듯이 물이 들어오고, 수압으로 양측이 절단되는 전형적인 선박 피로파괴로 사고가 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던 많은 사병들이 죽어간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처음에 국방부가 사실을 자꾸 숨기며, 실종자 가족의 증언을 묵살하는 걸 보고 실망을 느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선의 사고 수습책
진실을 말하지 않기에 기본 자료를 바탕으로 온갖 상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상상을 할 권리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는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방부의 태도는 오직 거짓과 은폐, 말 바꾸기로 일관했습니다. 심지어 사고 발생 시각을 4번이나 뒤집는 등 상식 이하의 짓을 해 온갖 상상의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작전에 나가선 안 될 노후 된 초계함을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내보내면서, 자신들의 죄를,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북한 잠수정에 뒤집어씌울 생각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배가 파도에 절단 된 것이다” 하고 자기 의견이라며 말한 것 아닐까요? 이것은 나중에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는 그래도 거짓말 하진 않았다”고 한발을 빼려는 얄팍한 꼼수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나라에 이런 중한 일에 ‘자기의견’만 내면 다입니까? 진실을 발표해야 할 의무는 하지 않고 대통령은 국방부에 끌려 다니는 등 군 장악력이 없음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국방부장관이며 해군작전사령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어제는 북한잠수함, 그것이 말이 안 된다고 외신에서 보도 나오면 오늘은 상어급 작은 잠수함, 내일은 어뢰나 기뢰 등을 들먹이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왜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거짓말하는 입을 봉하지 못하고 해임하지 못합니까? 물이 새는 초계함들을 작전에 내보낸 자가 국방장관의 자격이 있습니까?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운찬 총리, 국정원장, 장수만 국방부차관 까지 모두 군 면제자라 갖고 노는 것은 아닌가요?
국방부와 합참은 천안함 교신 내용을 공개하라!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관련 교신내용을 전면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면 처음에 배에 물이 새자 구조를 요청한 통화와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의 공격을 받았다, 다른 함선들이 ‘북한의 잠수함은 없다, 새떼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자 상부에서 그래도 모르니까 함포사격을 해보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은 속초함이 함포사격을 하고, 사격했더니 물체가 육지로 올라갔다. 이건 분명히 새다. 천암함은 스스로 절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모든 교신내용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해상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닌데 왜 통화 내용을 기밀이라며 숨기고, 생존자의 취재를 막다가 마지못해 환자복을 입혀 마치 각본을 짜 놓은 듯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야 말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지요. 책임선에 있는 함장과 2함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와 해군참모총장, 수시로 말을 바꾸는 합참의장은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물이 새는 수리중의 배를 작전에 투입했다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민의 군대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함장이며 해군사령부가 내부 사고를 은폐하려고 전원대피령을 지체하는 사이, 일부 사병들은 후미의 사고발생도 모른 채 밥 먹고, 통화하다가 갑작스럽게 들어온 바닷물 속에 수장 되었을 수 있습니다. 미국무부의 관계자도 “함정 내부의 문제 말고는 알지 못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마당에 국방부와 합참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감추려 한다면 용서받지 못 합니다. 외신에 보도된 것 조차 ‘군사기밀’이라며 감추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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