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오락가락ㆍ뒷북 대응…천안함 침몰 그날 밤 합참은 뭘 했나?

녹색세상 2010. 4. 6. 23:05

사고 직 후 곳곳 허점…비밀주의로 상황 공개도 거부


해군 천안함 침몰 직후 군 최고작전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군사 대응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합참은 ‘군사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건 당일 합참의 대응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상의 합참의장이 천안함 침몰 보고를 언제 처음 받았는지, 해군에 격파사격 승인을 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 등 대형 사건이 벌어지면 군 수뇌부의 대응 태세를 공개해 온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여서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상의 합참의장과 월터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5일 국방부 지휘부 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한미 고위급 회의를 갖기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아직도 미군에게 목을 매고 있는 한국군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합참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경계태세 강화지시를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합참은 천안함이 북한 함정의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초기 판단했을 당시에는 ‘전군경계태세 강화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밝힌 다음 날에야 뒤늦게 내려 선후가 뒤바뀐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야 말로 뒷북이나 치는 뻘짓을 해댄 것이다. 군 최고 지휘부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합참이 긴급대응반ㆍ초기대응반ㆍ위기관리반을 비상소집한 것도 상황 접수 45분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상당수 비상소집 대상자들은 정해진 소집시간에 정위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합참은 이에 대한 사실 공개를 거부했다.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대응이 허술하기 그지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증거다. 감출 것을 감추어야지 무조건 ‘군 기밀’로 모는 낡은 시절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또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서해2함대의 격파사격 요구를 승인한 지휘관은 군 작전지휘라인의 최고책임자인 이 합참의장이 아닌 김태영 국방장관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당시 이 합참의장은 계룡대에서 합참이 주관한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가 끝난 후 서울로 향해 국방부ㆍ합참의 지휘통제실에 이날 오후 10시45분에 도착했다. 그러나 통신이 얼마든지 가능한 KTX 열차 안에서도 상황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의장에게 사안이 위중한 함포 사격 사안이 전달되지 않은 것은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합참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도 거부할 정도로 캥기는 구석이 많았다. 천안함 침몰 직후 해군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서해상 적의 도발 위기에 대비해 해군 작전 예규상 명시돼 있는 가장 강도 높은 단계의 대비 태세인 ‘서풍 1’을 발령했다. 초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쯤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은 이날 오후 9시50분쯤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합참의장이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해 청와대 보고까지 연쇄적으로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참이 초동조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인 오전 1시50분쯤 육군 해당부대에 군사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린 것도 의문이다. 이때는 이미 속초함이 격파사격을 실시한 대상이 새떼란 결론을 내린 이후였다. 사고 발생 시간부터 수시로 말을 바꾸는 군의 말을  신뢰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는 어느 조직보다 신속ㆍ정확한 대응과 조치를 생명으로 하는 군대의 기본이 무너져 있다는 증거다. 이런 군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천안호가 침몰하자 해경은 경찰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내리는 가장 높은 수위의 대응태세인 ‘갑(甲)호 비상, 육상의 경찰은 갑호 아래인 ’을(乙)호 비상‘을 걸었다. 정작 당사자인 군보다 훨씬 앞서 경계를 강화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온갖 특혜를 다 누리면서 긴급 상황에 대처는 엉터리인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