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천안함 생존자를 패잔병으로 만든 대한민국 군대

녹색세상 2010. 4. 7. 16:21

“고개숙인 장병들의 긴장한 모습”…군 수뇌부의 치졸한 연출


7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 합동조사결과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장병들은 환자복을 입고 참석해 무거운 어조로 당시를 증언했다. 장병들 가운데 일부는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나타났고, 상당수는 목에 보호대나 깁스를 한 상태였다. 초췌한 표정의 함장과 이따금 고개를 숙이는 장병들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동안 국민들의 마음도 천안함처럼 가라앉았다.

 

▲ 천안함 생존 최원일 함장과 장병들이 사건 발생 13일 만인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인터넷공동취재단)


누리꾼들은 장병들의 이런 기자회견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군복 대신 환자복을 입고 나온 모습이 마치 패잔병이나 죄수를 연상시키는 듯해 속이 편치 못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정부와 군의 발표대로 그들이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군인답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군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갈아 뭉개 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을 비롯한 포털사이트의 토론게시판에는 기자회견이 시작한 직후부터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서해 해전처럼 교전으로 심한 부상을 입지도 않았는데,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것이 과연 군인다운 모습이냐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생존 장병들이 죄다 환자복을 입고 죄인들처럼 회견장에 나와 긴장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안쓰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전 세계인들이 다 보고 있는데 당당하게 전투복은 못 입힐 망정 최소한의 복장도 갖추지 않아 비난을 자초했다.


사지에서 돌아온 군인들을 동원한 치사한 연극에 분노한다.


다른 누리꾼은 “기자회견을 보면서 정말 이건 치사한 쑈”라며 “대한민국 군인들을 패잔병 중환자로 만들어 생중계하는 것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딸아이가 화면을 잠깐 보더니 군인들이 죄수복 입고 나온 것 같다고 하더라”며 혀를 찼다. 군이 부상당한 장병들을 앞세워 국민의 동정심을 사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잖았다. 군인의 명예를 군 스스로가 갈아엎어 버린 것이니 마땅히 문책을 받아야 한다.


이 연극의 총 책임자인 김태영 국방장관을 비롯한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는 자격이 없으니 옷을 벗어야 함은 물론이요, 사고 은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사지에서 무사 귀환한, 심신이 피로한 병사들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무리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임에 분명하다. 손으로 하늘의 해를 결코 가릴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연출한 군을 ‘쇼의 달인’으로 임명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