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에서 천안함 사고의 발생 원인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이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의 가장 우선적 과제인 사고 대처에 있어 구조를 최우선시 했는지 의문이 있으며, 무엇보다 대응 과정에 있어 구조적인 문제가 노정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생존자 구출이며, 이 때 특히 실종자 다수가 몰려 있을 함미 부분의 소재 파악을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했다. 후자의 경우 소재 파악에만 만 이틀 이상 소요됐다. 첨단 장비를 가용하지 않아 더 늦어졌다는 것은 국가적인 망신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구조작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독도함을 방문해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왼쪽)한테서 구조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아래는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관계 장관 회의 모습.(사진: 청와대 제공)
이 사건을 통해 함정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해군과 범정부 차원의 인명 중심 위기관리 대응 체계가 엉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님이 드러났다. 우리 군과 정부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 외에 전투 및 사고 상황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조하는 훈련 및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극히 부실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닌 가 판단된다. 우선 함정 자체 차원의 문제가 있다. 천안함 전역자의 증언으로 평상시 비상탈출 훈련을 꺼려하고 소홀했음이 드러났다.
차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사라진 함미 부분도 적어도 몇 분간은 떠 있었을 가능성 있었음에도 함미 부분 실종자를 위한 즉시 구조 및 추후 구조를 위한 위치 추적 센서 부착 등의 조치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장비나 대응 조치가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이는 함정 자체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해)군 전체 차원의 문제다. 이런 군대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둘째는 해군 및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군 전체 차원의 문제다. 해군이 구조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고 해경이 56명, 어선이 2명을 구조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군대의 임무인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으니 심각한 문제다. 고속정 4척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9시 58분경으로 침수되는데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고무보트가 있는 해경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해경 측의 설명이다. 고속정이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침수가 진행되는 급박한 위기 상황이었다’는 함장 등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해군의 늑장 대응과 무사안일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현장 출동 고속정은 고무보트도 없어 구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명정을 갖추고 있는 속초함은 북한 쪽 경계를 위해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해야 할 해군 링스헬기는 사고 발생 1시간50분 뒤인 밤 11시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발생 70분 후인 10시 40분이다. 만약 함수 쪽도 급박한 상황이면 어쩔 뻔 했는지 의문이다.
실종자 다수가 존재할 함미 부분에 대한 위치 파악이 늦은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위치 파악이 가능한 기뢰 탐지함의 현장 도착 시간은 28일 오후다. 잠수정 등의 탐지에 탁월한 능력 있다는 개량형 대잠초계기(P-3CK)나 링스 대잠 헬기 등이 수색 활동에 출동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심지어 함미 부분을 최초 발견한 것은 어선인 것도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함수 부분도 위치 파악도 제대로 못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대양해군’이 맞는지 의문투성이다.
서해상이 해군구난전문부대도 제대로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한 함정이나 출동 부대에 의한 즉응 조치는 필수적인 것 아닌가? 해군 및 군 전체에 사고 등에 의한 인명 피해 발생 시 대처 프로그램과 대응지침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전투 계획 외에 이런 프로그램과 지침, 훈련이 극히 부족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지침이 있다면 공개하고, 부실하지 않았다면 실제 대처는 위와 같이 극히 부실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정부는 사건 직후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연거푸 개최하고 전 군과 공무원 비상대기 등 요란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위기관리의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대통령은 초기에 실종자 구출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과연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위기 혹은 급변 상황을 관리하는 대응의 절차와 원칙, 구체적 프로그램, 그리고 대국민 담화가 있어야 했다. 회의는 소집되었는데 상황 파악이나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안보관계장관회의에 국방장관을 제외하고 대통령과 장관급의 주요 인사들 상당수가 병역면제자이거나 보충역 출신이고 위기관리 전문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꼭 안보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비전문가 출신인 대통령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와 시스템에 의한 보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해군의 초동대처는 잘 됐다고 본다’는 대통령의 엉뚱한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미국의 NSC와 같은 대통령 보좌 외교안보정책 및 상황 총괄 기구가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 기구 및 인원이 대폭 축소된 바 있다.
우리는 군 및 범 정부 차원에서 단지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한 작전 계획뿐만 아니라 재난 및 위기 상황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효과적 대책을 강구할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인명에 대한 중시와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확고한 원칙과 구체적 계획으로 발전시켜야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국민에 대한 보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런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 (김수현/진보신당 정책연구원)
덧 글: 천안함 실종 장병 수색에 투입됐던 해군 특수전(UDT) 요원인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아무런 결과도 없는 회의만 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백령도 방문 깜짝 쇼만 보여주었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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