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그리스 민간ㆍ공공노조 총 파업…공공기능 마비

녹색세상 2010. 2. 25. 00:24

‘긴축정책’ 유로존 파업ㆍ시위로 전역이 몸살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에 반발하는 그리스 노동계가 24일 하루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이면서 항공, 대중교통, 학교, 병원 등 공공 기능이 사실상 완전 마비됐다. 각각 200만명과 60만명을 조합원으로 둔 그리스 최대 민간ㆍ공공 노조단체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은 애초 예고한 대로 이날 정부의 재정 긴축안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였다. 공항, 세관ㆍ세무, 철도, 버스, 해운, 국립병원, 국공립학교, 중앙ㆍ지방정부, 법원 등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은행, 호텔 등 민간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언론인도 이날 파업에 동참해 그리스 언론매체가 일제히 보도 기능을 멈췄다. 아테네 공항 관계자는 국제선 및 국내선 약 500여 편이 취소됐다고 밝혔으며 아테네 지하철, 전차, 여객선 등도 극히 제한적으로 운행됐다. 전국적인 총파업은 재정난에 빠진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계획인 ‘안정 및 성장 프로그램’을 내놓은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새총으로 무장해 저항할 정도로 치열한 그리스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럽이 곳곳이 들끓고 있다. 전역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축정책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와 임금을 동결 또는 감축하려는 정부의 압력에 맞서 노조의 저항 또한 타오르는 기세다. 유럽에서 재정적자가 심각한 국가로 꼽히는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그룹에서는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에 반발하는 노조의 시위와 파업이 계속 이어졌다.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되는 노동자들의 총 파업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중 재정적자가 가장 심한 그리스에서는 임금동결ㆍ은퇴연령 상향ㆍ세금 인상 등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조가 24일 두 번째 대규모 파업에 나섰다. 지난 10일 열렸던 첫 번째 파업에 소속 노조원 50만 명이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에는 200만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영노조 GSEE도 합류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파업엔 항공ㆍ철도ㆍ버스ㆍ병원ㆍ언론ㆍ은행ㆍ국영기업 등 산업계의 거의 전 분야가 참여했다.

 


유럽연합(EU)은 그리스의 재정긴축 진전 상황을 보고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노조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에서도 23일 양대 노조 소속 조합원 수 만 명이 법적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등 정부의 재정긴축 방안에 반발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번 주말에는 다른 도시들에서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스페인은 유럽 경제대국 중 유일하게 젊은 층의 실업률이 35퍼센트에 이르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다음달 4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정부의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유럽 국가의 경우 민간기업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노조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세인 프랑스에선 민간기업의 인원 감축 움직임에 노조와 정부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유사 토탈의 노조가 사측의 정제능력 감축 계획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하자 엑손모빌 등이 이에 동참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업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공공부문의 인원 감축이 본격화되면 프랑스의 파업이 전역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회사 피아트가 공장을 폐쇄하고 조업량을 줄이자 이에 항의하는 노조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아트는 이번 주 전국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사무처장 존 몽크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유럽연합의 노조들이 오히려 실업률을 높여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긴축정책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자본과 정권에 총파업으로 나서는 건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다. 총파업을 조직할 힘이 있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저들의 투쟁력과 조직력이 부럽기 그지없다. 투쟁의 수위가 너무 낮은 우리 현실이 원망스럽다. (경향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