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말썽 많았던 공중조기경보기 도입 ‘쉬쉬’ 지시한 이유는?

녹색세상 2010. 2. 13. 23:05

‘국방장관 비공개 지시’… 남북회담 중 ‘북한 자극 우려한 듯


9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는 기념식이 비공개로 열렸다. 한ㆍ미 공군 관계자, 미 보잉사 기술진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에 첫 도입된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내부 장비 조립 기념식이 평소와는 달리 조용히 열린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남북회담과 관련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드러나지 않건만 이명박 정부의 꼼수는 갈수록 늘어만 간다.

 


조기경보기는 독자적인 정보 수집, 감시 및 정찰 능력을 갖춰 공중에서 수집한 정보를 지상부대에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최첨단 무기로, 전투기와 함정을 지휘하는 ‘하늘의 지휘소’로 불린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추진된 최대 무기 도입 사업으로 정보자산이 열악한 우리 군으로선 향후 전시작전권 행사에 필요한 핵심 전력으로 손꼽힌다고 하지만, 미국군수산업과 국내 수구 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엄청난 돈을 퍼부은 사건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총 사업비 2조원 규모의 공중조기경보기, EX 사업의 시험 평가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미국 보잉과 경쟁하고 있는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기에 탑재되는 일부 통신장비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품목에서 해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군 관계자로 보이는 인사가 공중조기경보기, EX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이스라엘 엘타사가 지난 2년간 한국군의 작전 성능에 맞는 장비에 대해 미국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얻지 못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 성남에어쇼에 선 보였던 공중조기경보기. 위의 인도에서 인수한 것과 같은 기종이다.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의식한 탓인지 모르나 조기경보기 도입 사실은 일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첫 인도된 조기경보기가 이같이 된 것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방부가 2조원을 투입, (2012년까지) 조기경보기 4대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지난 4일 제조업체인 미 보잉사로부터 첫 기체를 인도받았으나 김 장관의 지시로 비공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뭔가 켕기는 구석이 없지 않다는 증거다.


그는 “방위사업청이 지난 2일 군 전력 증강과 향후 전작권 환수 시에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해 조기경보기 첫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키로 했던 계획도 백지화됐다”면서 “이에 따라 인수식 대신 노스롭 그루먼사의 다기능전자주사배열(MESA)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기체에 탑재하는 등의 개조를 맡은 KAI, 사업과 관련된 한국과 미국의 일부 인사만 참석한 조립생산 착수식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방사청이 관련 자료를 작성해 외부에 공개할 것을 검토했으나 국방부 전력정책관실에서 ‘현재 전력화된 것도 아니고 단순 기체에 불과한 항공기를 들여왔다고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장관에게 비공개를 건의했고 장관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기경보기는 내년 상반기에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F-15K 전투기 도입 이후 최대 무기 도입이란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전시작권권 행사에 필요한 핵심 전력을 확보하고 감시 능력 및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의미가 큰데 비공개로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임에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조기경보기 도입사업은 1980년 처음 소요가 제기된 지 26년 만에 사업이 결정되고 이후 4년 만에 첫 기체가 도입됐는데 단순히 레이더 등 내부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것은 가뜩이나 국민의 불신을 사는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린 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