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유럽연합의 ‘그리스 일병 구하기’…잘 될지?

녹색세상 2010. 2. 14. 20:46

 

유럽연합(EU)이 메가폰을 잡고 독일․프랑스․그리스가 공동 주연을 맡은 기대작 ‘그리스 일병 구하기’의 결말은 행복한 것일까? EU 정상들은 지난 11일 벨기에 솔베이도서관에서 특별 정상회담을 열고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스발 경제 위기가 전 유럽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경제 위기로 정권까지 바뀐 아일랜드 등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영국까지 번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여파가 크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등 각국 정상을 비롯해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등 EU 수뇌부가 이번 회담에 총출동했다. 회담 결과 이들은 EU 전체의 재정 안정을 위해 EU 회원국들과 함께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15일 열릴 유로그룹 회의와 16일 개최될 EU 재무장관회의가 그리스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이어 다음달 25일 열릴 EU 정상회의가 그리스 지원 방안을 최종 승인한다. 일단 효과는 있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EU가 그리스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그리스 국채 수익률과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도 하락 반전했다.


좋은 결말 기대하기엔 아직 일러


그러나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지원의지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곽 연구원은 ‘당초 기대했던 그리스 채무보증이나 그리스 채권인수 등과 같은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고 그리스를 제외한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5개국)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번 회담 결과를 평가 절하했다. 나아가 곽 연구원은 “EU회원국 간의 상충되는 이해관계, 재정 위기국의 도덕적 해이 우려, 재정 축소로 인한 연대 파업가능성 등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증시 역시 회담 결과 발표 직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재정위기 당사국인 PIIGS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포르투갈(-0.53%), 이탈리아(-0.78%), 아일랜드(-0.89%), 그리스(-0.03%), 스페인(-1.66%)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조성준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관련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그리스 정부가 구제자금을 빌리기 위해서는 그리스 내부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공공노조가 지난 10일부터 24시간 총파업을 벌이는 등 그리스 내부적으로 반발이 적지 않다. 또 조 연구원은 “이와 함께 그리스에 한정된 지원책보다는 재정적자 문제를 겪는 다른 나라들도 지원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EU가 그리스에 대한 지원만을 승인할 경우 시장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을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희생양으로는 포르투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은 금융위기에 따른 민간부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해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을 썼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동시에 불어나는 후유증을 겪었고 이후 민간부문의 위기가 점차 정부부문으로 전이되고 말았다. 공기업을 비롯한 국가 채무가 400조에 달하는 이명박 정부 역시 이와 마찬가지 길로 가고 있다. 400만에 육박한 실업자, 7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을 감안한다면 한국도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다. 삽질에다 돈을 퍼부어댄다면 최악의 상황은 오고야 만다. (뉴시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