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이명박 ‘정상회담 위한 대가없다’며 북한과 협의 중?

녹색세상 2010. 2. 4. 11:32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없다는 전제 하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해 전제조건을 놓고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2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칙을 지키는 것은 남북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렇지만 이 말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언론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은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발언은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을 놓고 현재 북한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연초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은 늘 남쪽에서 목을 매고 하자던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자세만 돼 있어도 좋은 것”이라며 “너무 전략ㆍ전술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해 협상이나 회담의 기본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발언은 동시에 회담을 위한 ‘거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남북 간 진정성을 강조한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나 외교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남북정상이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박선규 대변인은 “본질을 떠나 부차적인 조건을 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핵 문제 해결과 진정성에 바탕을 둔 회담이라는 원칙 속에 기간과 형식은 사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되는 것은 없으니 추측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신과의 기자회견 내용을 왜곡하다 된통 서리를 만난 탓인지 입 조심을 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먼저 꺼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 말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무위원들도 진행 상황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쳐다보자 이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이 답변할 정도로 진행되는 게 없다”며 대신 답했다고 박선규 대변인은 전했다.


이는 “내가 알아서 하니 장관인 넌 가만히 있어라”는 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면 장관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기안하거나 건의하지 않고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급 없이 국무회의를 마치려 하자 윤 장관이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여쭤볼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작심하고 한 발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물밑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 남북정상회담이 언제쯤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통일부 장관이 답변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니 어떻게 되어 가는지 두고 볼 일이다. 남북 경제 협력 강화는 현대는 물론이려니와 삼성과 같은 재벌도 강력 하게 원하고 있으니 이명박인들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점심 한 그릇도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아무 대가도 없다면 순 사기다.


추 신: 이명박 대통령은 1월 30일 <CNN> 인터뷰에서는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핵문제’를 정상회담 핵심의제로 걸었다. 그 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핵문제 진전’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축시켰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남발하고 있다.